'재벌X형사' 최면으로 기억 되찾고, 지우고… 실제 가능한 일?
◇몰입하면서 최면상태 나타나
최면은 잠들기 직전의 상태처럼 몸과 마음은 최대로 이완됐지만, 의식은 깨어 있어서 각성 정도가 높은 상태다. 우리 뇌는 무언가에 몰입하면 자동으로 최면상태에 들어가는 회로를 작동시킨다. 변영돈신경정신과 변영돈 원장은 “무언가에 정신을 집중하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교감신경이 가라앉게 된다”며 “뇌에서 온몸으로 편안한 기운이 퍼지면서 최면상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자율신경계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있다. 교감신경은 긴장 상태나 싸울 때, 도망갈 때 활성화된다. 반대로 부교감 신경은 쉴 때 활성화된다.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 뇌에서 온몸으로 퍼진 신경을 따라 근육, 혈관 등이 모두 이완되면서 최면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최면 상태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한다. 변영돈 원장은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최면 회로가 가동한다”며 “꼭 ‘최면에 걸려야지’라고 해야 최면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 원장은 “사람은 누구나 최면성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면성은 최면에 들어갈 수 있는 성격으로, 선천적인 체질이다. 최면성이 많으면 최면에 더 잘 걸리고, 적으면 최면에 잘 안 걸리는 것이다.
◇기억 되찾거나 지울 수 있어
최면은 실제로 잊힌 기억을 되살리거나, 기억을 지우는 효과가 있다. 정신적 충격이 있으면 정신이 부서져 여러 부분이 생기는 ‘해리(解離)’ 현상이 나타난다. 변영돈 원장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정신에는 여러 자아가 있고, 서로 연결돼서 각 자아의 기억이 공유된다”며 “충격을 받으면 한 부분이 갈라져 떨어나가면서 ‘alter’ 자아가 되고, ‘host(본체, 가장 중심적인 자아)’와 끊기게 된다”고 말했다. host 자아와 alter 자아가 자신도 모르게 왔다갔다하면서 서로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다. 이때 최면 치료를 진행하면 해리된 부분이 다시 붙을 수 있다. 변영돈 원장은 “아직 기전은 모르지만, 확실히 이 현상이 나타나서 잊고 있는 alter 자아의 기억을 되찾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면 치료는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 변영돈 원장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환자에게 특정 기억을 잊으라고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방법”이라며 “두 번째는 최면으로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서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질환을 치료할 때 편안한 상태에서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면 점점 그 기억의 충격을 중화할 수 있다.
◇최면으로 범죄 저지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
최면 치료는 정신질환을 치료할 때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변영돈 원장은 “정신은 형태가 없고, 기능적이라 무의식을 치료해야 한다”며 “최면 치료는 환자의 무의식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면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많다. 변영돈 원장은 “최면은 부작용이 원칙적으로는 없다”며 “몸에 무언가가 들어와야 부작용이 있는데, 최면은 말만 걸면서 환자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간혹 ‘나쁜 말로 최면을 걸면 어떡하지’라는 걱정하는데, 우선 치료할 때 나쁜 것을 걸 일이 없다”며 “무엇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보호본능이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들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아니면 최면에 걸리지 않는다. 변영돈 원장은 “결국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쁜 말에 최면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치료 의지가 확고하고, 의사의 말을 통해 최면에 걸릴 생각이 있어야 최면 치료의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게 변 원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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