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시간 다가오니 섭섭… ‘푸바오 잘 돼라’고 응원해 주길”
‘판다 아빠, 푸바오 할부지, 강바오, 삼신할배….’
에버랜드 강철원 사육사의 별칭이다. 그는 37년간 80여 종의 동물과 연을 맺은 베테랑 사육사다. 그 중 자이언트 판다와의 연이 가장 깊다. 2016년 중국에서 온 러바오·아이바오를 만나 판다들의 ‘아빠’로 불렸는데, 2020년 국내 최초 자연 임신으로 푸바오(福寶)가 태어나며 ‘할부지(할아버지)’가 됐다. 바오가족의 일원이라는 의미의 ‘강바오’란 별명까지 붙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만 4세가 되기 전에 짝을 찾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에 따라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의미의 푸바오는 4월 초 중국으로 가 쓰촨성의 ‘자이언트판다 보전연구센터’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동하는 항공편에는 강 사육사가 동행할 예정이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푸바오 중국 송환을 앞두고 강 사육사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에버랜드 판다 가족 중 누가 더 마음에 남는지.
“다섯을 똑같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엄마인 아이바오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나 봐요. 푸바오를 좋아하는 분들이 제 강연을 들으면 아이바오를 부르는 음이 다르대요. 아빠인 러바오, 푸바오를 부를 때와 달리 ‘아이바옹’이라고 한 대요.
사육사로서 주인 정신을 강조해요. 동물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사육사가 주는 어떤 먹이나 복지가 아니면 즐길 수가 없잖아요.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 외에도 동물이 조금 더 행복하고 즐겁고 많이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것을 제공해 주죠. 그 진심을 동물들도 알고 그 동물들을 보는 분들도 알아챌 것으로 생각해요.”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는 정확한 날짜는.
“일단 지난 3일 일반인 공개는 마지막이었어요. 4월 초에 가게 될 텐데 날짜는 조금 유동적인 상황이 있어서 확정 짓기는 어려워요. 비행기라든가 서류 작업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결정된 뒤 확정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중국 측에서 4월 3일이라고 나왔지만 최종 날짜는 중국 측과 협의를 해서 결정하는 만큼 아직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못해요.”
푸바오와 헤어지는 심정을 표현하신다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렇게 말씀을 드렸죠. ‘여러분들도 같이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해 주고 갈 때는 응원해 주세요’라고…. 제가 ‘아쉽다 슬프다’ 먼저 이야기를 하면 힘들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을 듯해서 조절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헤어질 시간이 다가올수록 달라지더라고요. 이게 뜻대로 안 되네요. 매우 아쉽고 슬프네요. 심경이 착잡합니다. 요즘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른 거야’라는 생각을 많이 하죠. 마음 관리 잘하려고 노력해요. 다음에 푸바오를 만날 때 푸바오가 할부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고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잠시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푸바오에 대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이 달라지는 중국에서 푸바오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이제 떠나는데 좀 이르긴 하지만 푸바오가 중국 가서 짝도 만나고 그럴 건데, 이곳에 있을 때와 환경이 많이 달라지는 거죠. 하지만 금방 적응할 것으로 생각돼요. 저는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를 많이 믿거든요. 아이바오가 푸바오를 키울 때 육아를 거의 25개월 동안 했어요. 일반적으로 판다는 16개월에서 24개월 내에 육아를 끝내는데 같이 충분히 있었거든요. 그 사이에 아이바오가 푸바오에게 가르치는 부분이 저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어떤 환경이 와도 어디에 가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엄마한테 충분히 교육을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인 아이바오는 자식인 푸바오를 떠나 보내는데.
“야생에서는 아기 판다가 4개월 차에 걷기 시작하고 7개월 정도 되면 나무를 잘 올라가요. 그럼 그때부터는 엄마에게 자유가 주어지죠. 엄마는 충분히 멀리 다니면서 좋은 것 찾아 먹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와서 아기에게 젖 먹이고 또 이동하고…. 이렇게 하므로 이별은 서서히 익숙해지는 느낌인데 동물원에서는 다르죠. 같은 공간에 있다가 기간을 정해 놓고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이별 연습을 하는데 야생에서 오랜 시간 이별 연습을 한 거랑 좀 차이가 있죠. 그러다 보니 아이바오는 푸바오를 많이 찾고 잘 먹지도 않고 울고 하는 과정들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판다의 특성이 단독 생활하는 것이라서 1년 반에서 2년 사이에는 독립을 하고 자식은 자식 대로, 엄마는 엄마 대로 짝을 찾아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거죠.”
푸바오와 함께하면서 좋았던 점은.
“푸바오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행복을 느끼고 위안을 받고 새로운 희망을 품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분들이 감사 편지를 많이 보내왔는데 사연들이 많아요. 생애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고민하고 힘들어하시고 그러면서 푸바오를 통해서 희망을 얻었다는 말씀을 주실 때 너무 감사하죠. 그래서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고 생각해요. ‘푸바오 앓이’를 하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평소 잘 보살폈겠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동안 충분히 해주려고 노력을 했고 지금도 그에 못지않게 여러 가지 하고 있어요. 잘해준 만큼 그게 더 생각나고 더 슬프고 아쉬울 것 같아요. 판다가 처음 왔을 때부터 계속 유채를 심어주고 있어요. 2월 말에 심어서 한 3월 중순 이후에 꽃이 피어 4월까지 꽃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왜냐하면 2016년 1월에 중국 쓰촨성으로 판다를 데리러 갔는데 그 일대가 모두 유채밭이었어요. 그동안 유채꽃의 향기를 맡아왔을 판다들에게 고향의 향을 계속 느끼라는 생각이었어요.”
푸바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첫정이란 게 있잖아요. 최근 쌍둥이도 태어나 예쁘고 귀엽지만 그것에 대한 애정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그 첫정에 푸바오한테 많은 행복을 받았고 그래서 영원히 푸바오를 못 있겠죠. 또 푸바오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도 엄청 많거든요. 그분들이 마지막까지 잘 보시면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고 갈 때 ‘푸바오 잘 돼라’고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분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계실 거라고 믿거든요.”
용인=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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