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 중 女음료에 발기부전약 탄 한국인…징역형

싱가포르 서핑센터서 피해자 사진촬영
불쾌감 표시하자 피해자 자리 찾아내

한국인 남성이 싱가포르 관광 중 자신의 관심을 거절하고 불쾌감을 표한 여성의 음료에 발기부전 치료 약물을 몰래 넣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 등 현지 매체는 싱가포르 지방법원이 지난 12일 독성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남성 A(33) 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복합단지 쥬얼창이 [사진출처=공항사진기자단]

공소장을 보면, 사진을 취미로 하던 A씨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관광 중 한 실내 서핑 시설에서 서핑하던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다가가 사진을 보여줬지만, 피해자는 A씨가 허락 없이 자신을 촬영한 것에 불쾌감을 표하며 자리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앙심을 품은 A씨는 피해자가 음료와 소지품을 놓아둔 테이블을 찾아 피해자의 버블티에 하얀 가루를 넣었다. 이를 마시고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낀 피해자는 플라스틱 뚜껑에 하얀 가루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 분석 결과, 피해자의 음료에서는 발기부전과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타다라필이 검출됐다. 싱가포르는 해당 약물을 독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A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CCTV를 보여주자 범행을 인정하면서 "A씨가 자신을 피하는 데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피해자의 음료에 넣은 약물은 자신이 직접 복용할 목적으로 구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법정에서 "피해자와 대화할 때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성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돌아가면 유사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말했다.

현지 검찰은 "A씨가 CCTV 영상을 보여줄 때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공공장소 안전에 대한 신뢰가 위협받았다"며 징역 6~8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약을 탄 이후 추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보복을 목적으로 한 나쁜 범죄라고 판단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차이 유엔 팟 판사는 "A씨가 피해자에게 관심을 표했지만 거절을 당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기회주의적(계획적)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타인을 해치려는 의도로 약물을 사용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과 태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