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엔비디아 놓친 분들에게 바칩니다 [마흔이 서글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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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한 기자]
"내 것이었던~~ 그대가 스쳐~~ 가요~"
"이름조차도~~ 부를 수가 어~업~~었죠~"
▲ 다시 급등하고 있는 비트코인 |
ⓒ Pixabay |
짠~한 이 마음은 안타까움이 아니다. 동변상련의 마음이다. 나는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 8년차 주식투자자로서 하루 걸러 하루 겪는 심경이기 때문이다.
'저걸 샀으면, 지금쯤...'
'그냥 가지고만 있었어도...'
주식 투자도 다르지 않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주가를 보며 속상해 하고 그 힘겨운 시간을 견디지 못해 떠나보낸 주식이 두 배, 세 배, 심지어 백 배가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게 일상인 곳이 주식 시장이니 판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테다 (참고 글 : 주식이 백 배가 올랐다... 과거의 내가 밉소).
투자에서 코인은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어마어마한 급등락에 들려오는 "수십억 벌고 은퇴했다"는 성공한 코인 투자자의 소식에 누군들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그것이 사실이든 뜬소문이든 귀가 열리고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힘은 그야말로 가장 큰 유혹이니까.
공감 이후에 건네는 위로
한때 갈대같이 흔들렸던 마음 때문에 참으로 힘들었다. 하루에 200만 원을 벌고는 주식 천재라고 착각하곤 며칠 후 하루에 1200만 원을 잃기도 했던, 불기둥을 보면 달려들고 마는 부나방과 다름없는 투기꾼이 바로 나였다.
이리 데이고 저리 데이면서도 정신 차리지 못했던, 못난 경험을 오롯이 담은 주식 투자 반성문으로 책까지 낸 입장에서 작은 위로를 건네자면, 저것만 샀으면 큰돈을 벌 수 있었을 거라는 그 생각은 생각만큼 현실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 코인거래가 모바일로 가능해졌던 2017년으로 돌아갔다고 가정해보자. 그 당시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가져서 투자하고,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을 확률은? 지금 '그대는 눈물겹다' 노래에 조금이라도 먹먹해지는 사람이라면, 가능성은 0%라고 확신한다.
▲ 주식창 끝내 오른 저 종목을 끝까지 보유할 수 있었을까? |
ⓒ Pixabay |
가지고 있는 자산이 10% 오르고 다음날 2%만 내려도 "아! 어제 팔고 오늘 다시 살 걸" 하고 생각하는 게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100%, 1000%의 수익이 날 때까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 오르고 2%가 내려도 이익이지만, 이상하게 인간이란 종족은 '2%나' 손실 났다고 속상해 하고 만다. 그러다 다음에 이전의 본전 가격(전 고점)에 다다르면, '2%의 손실'을 기억하곤 두려움에 팔게 된다. 시간이 지나 배가 아프고 과거의 나를 원망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이 이런 이유다. 한 자산을 오래 들고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한 근거와 믿음이 있는 상태에서도 그 상한선을 정하기가 어려워 '이쯤이면 조금 팔아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다. 하물며 매일 같이 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 마음을 굳건히 할 수 있을까? 네? 에헤~ 안 된다니까요. 눈물부터 닦고 말해주세요.
최근에 엔비디아가 전 저점 100불대에서 900불을 넘어서는 것을 목도했다. 분명 반도체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투자했지만, 엔비디아는 사지 않았기에 익숙한 아쉬움이 엄습해왔다.
'그때 엔비디아 주식을 10주 만 사둘 걸 그랬나?'
9배라니. 나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한숨은 별 수 없이 나왔지만 신기하게도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이전과 같이 가슴이나 땅을 내려치는 일은 없었다. 하도 같은 일을 많이 겪다보니 타격감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대책이 나름 효과를 발휘해준 덕분이다.
정말 별 것 아니지만 가슴이 아닌 손바닥을 내려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 본다.
후회와 아쉬움을 줄이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그걸 누가 모르냐?', '식상하다'고 하면서도 결코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ETF(Exchange Traded Fund,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가 '후회의 쓰나미'를 막는 방파제다.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해 쓰린 속에 비하면 해당 종목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안도는 마음이 쩍쩍 갈라지는 극심한 가뭄을 막아주는 단비와 같다.
▲ 상품 패키지 ETF 수익과 손실이 상존하는 동일한 종목이지만, 소외감을 없애고 안정감을 더하는 데는 최고다. |
ⓒ Pixabay |
물론 이 수익을 신재생 ETF에서 심각하게 까먹긴 했지만 이 정도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나는 언젠가 또다시 하루에 200만 원을 벌고 또 하루에 1200만 원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10%가 올랐다가 2%만 떨어져도 손가락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15%가 올라 좋다고 팔고는 몇 주 후 100%가 오른 주식을 보며 배 아파하던 5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능력을 키웠다. 그것은 10% 올랐을 때 팔고, 2%로 떨어졌을 때 다시 사고, 15%가 올라도 팔지 않고 100%가 올랐을 때 파는 능력이 아니다.
하루의 등락률을 줄여 만감이 교차하는 횟수를 줄이는 능력이었고, 가지고 있지 않아 배가 아프지 않을 자기 방어 능력이었다. 딱히 내 스스로 노력한 것은 많지 않다. 그저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는 수단을 바꿨을 뿐이다. 현물 비트코인 ETF가 생겨난 요즘, 계좌에 조금 담아 두는 것으로 무지하게 아픈 배를 달래보려 한다.
종종 강조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대박을 노리는 투자가 아니다. 특별날 것 없지만 지속할 수 있는 투자가 비전문가인 우리의 몫이다.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수입의 일부분으로 시장이나 산업 혹은 자산을 패키지로 꾸준히 사서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갖는 것이다.
아마도 여기까지 읽었다면, 식상하지만 곱씹을 만한 이야기로 느껴진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이 보잘 것 없는 글도 학습이라면, 이것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자기만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 실명을 내걸고 못난 과거를 밝힌 누군가의 별 것 없는 방법대로 해보는 것도 결코 해가 되진 않을 테다. 뭐가 됐든 편안한 마음이 우선이니까.
PS. 오로지 제 의견입니다만,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투자엔 많은 정보가 함께 합니다. 대중을 향해 추천과 권유를 했던 수많은 사람과 정보 전달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혹, 잘못된 투자의 길에 빠졌다면 오로지 본인만의 과실이 아니니 너무 괴로워 마시고 학습의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잘하려고 했던 행동에 대해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바른 길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못된 길을 가보는 것이라네요.
똑같은 길에 다시 들어서는 어리석은 일은 함께 피해보시죠. 지속적이고 편안한 투자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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