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하고 싶지만 ○○○은 솔직히 꺼려져요”
편견과 의심의 눈초리는 새신자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과거 이단에 속해 활동했거나 범죄 전력이 있다면 이런 시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교회를 찾은 새신자가 누구든 첫 대응은 편견없는 환대여야 한다는 게 관련 사역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30대 중반의 남모(여)씨는 속칭 JMS로 잘 알려진 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5년 가까이 활동하다가 2012년 탈퇴했다. 14일 국민일보와 만난 남씨는 “2년 전부터 지역교회에 출석하게 됐다”며 “JMS 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뒤에서 속닥거리는 것 같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아 힘들다”고 털어놨다.
반면 16세부터 20대 초반까지 6년간 JMS 신자였던 문모(여·35)씨는 자신의 JMS 전력을 철저히 숨긴다고 했다.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는 문씨는 “학부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JMS 탈퇴자가 대거 발생할 텐데 한국교회가 이단 탈퇴자를 편견 없이 바라봐주고 사랑해줄 큰 그릇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씨는 특히 “JMS에서는 2025년 재림설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단 탈퇴자에 대해 한국교회와 목회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신천지 탈퇴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과거 신천지 간부였다가 현재는 신천지 탈퇴자를 돕는 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 소장은 “스스로 신천지 탈퇴자라고 하며 새신자 등록을 할 때에는 정체를 숨기고 교인을 빼가려는 추수꾼인지 의심해봐야 한다”며 “따뜻하게 맞이하되 교인으로 맞이하기 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대화 내용을 녹음해뒀다가 전문 단체에 문의해보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신 소장이 신천지 탈퇴자들과 2009년 개척한 경기도 구리 초대교회의 노하우는 참고할 만 하다. 교회는 신천지 탈퇴자가 새신자 등록을 신청하면 신천지 가담과 활동, 탈퇴 이유 등에 관한 ‘경위서’를 제출하게 한다. 이후에는 신천지 클리닉에 참여토록 권한다. 신 소장은 “추수꾼이라면 클리닉 과정을 거부하거나 듣더라도 끝까지 수료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어렵게 결심한 출소자가 겪는 편견의 벽은 더 높다. 경기도 수원의 한 교회를 다니는 김수영(가명·23)씨는 “우리 교회에 출소자가 온다면 일단 무섭고 불쾌할 것 같다”며 “어려운 이를 돕고 변화시키는 게 교회의 역할임에는 공감하지만 솔직히 그게 우리 교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런 인식은 지난달 이음사회문화연구원(대표 고재백 최옥경)이 발표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 프로젝트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남녀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 정도(73.0%)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용서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교회 출석자 3명 중 1명 정도(33.9%)는 ‘용서는 하나님이 내 죄를 사해주신 은혜에 대한 마땅한 응답’이라고 답해 신앙이 포용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10년 출소자를 위한 쉼터를 세우고 자립과 정착을 돕고 있는 이경자 우리쉼터교회 목사는 “교회들의 당혹감과 어려움을 왜 모르겠느냐”면서도 “출소자가 교회에 문을 두드렸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 목사는 “교도소마다 수많은 봉사자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며 “어렵게 신앙을 결심한 이들마저도 출소 후 받아 주는 교회가 많지 않아 신앙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30년째 출소자와 재소자, 비행 청소년을 돌보고 있는 변정섭 부산복지중앙교회 목사는 “죄질이 나쁘고 악했던 사람이라도 하나님을 만나 놀랍게 변화하는 모습을 여럿 목격했다”며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해 교인들이 마음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김수연 서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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