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피해 중사 "정봉주 사과, 받아 줄 생각 전혀 없다"
지난 2015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건으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30)가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의 "사과를 받아줄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애초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하 중사는 14일 동아일보에 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평했다. 그는 정 후보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린 것을 두고 "결국 본인 지지자들에게 '사과했어요'라고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냐"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변명으로 어이가 없다"고 했다.
정 후보는 지난 2017년 7월 팟캐스트 방송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두고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하하하.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이라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였다.
정 후보는 이후 페이스북에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하 중사와 김정원 상사는 유선상으로 사과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혀 '사과 진위' 논란까지 불거졌다. 정 후보는 이에 "목함 지뢰로 사고를 당한 아픈 경험이 있는 이종명 당시 의원에게 유선상으로 사과를 드렸지만,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예비역 중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못 했다"고 해명했다.
하 중사는 "당시 정 후보가 사과했다고 한 이종명 전 의원도 우리 연락처를 알고 있었다"며 "정봉주 후보 발언 당시는 나와 김정원 상사 모두 현역이라 군에 문의해도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연락처를 왜 못 구하나? 정 후보가 직접 사과하려는 어떤 노력도 안 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정 후보의 발언을 '말실수'라며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발언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세월이 지나면 잘못이 없어지는 것이냐.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며 "사건 당사자들과 가족들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정 후보는 논란이 거세지자 이날 페이스북에 "당분간 공개적 선거운동은 중단하고, 유튜브 등 일체 방송 활동도 중단하겠다"며 자숙 모드에 들어갔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 후보의 공천 취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정 후보의 발언이 전체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적잖다는 이유에서다. 권혁기 선대위 상황실 상근부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선대위원장단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내용이 보고되고, 빠르게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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