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효과' 끝? 국민의힘 어쩌나

곽우신 2024. 3. 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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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당 지지율 앞서는데 후보 경쟁력은 '글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 한계

[곽우신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서병수 북구갑 후보 등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4
ⓒ 연합뉴스
 
한동훈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꺾였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 가운데, 고무적이었던 여당의 수도권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몇 주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천 파동으로 내홍을 겪는 동안 '조용한 공천'을 표방하며 반사 이익을 얻어왔다. 하지만 공천 막바지, 여당 안에서도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상대적 '비교우위'가 사라졌다. 그간 잘 보이지 않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다시 부각되며 지면을 차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간 톡톡히 누려왔던 '한동훈 효과'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현 정권에 실망해 소극적으로 변했던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등 여러 순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확장에는 아직 뚜렷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당 입장에서 '탈환'해야 할 격전지가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경우, 후보 지지율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곳들이 눈에 띄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지지율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도 막상 후보 간 가상 대결에서는 박빙이거나 밀리는 지역구들이 다수 확인된 것이다.

'수도권 위기론' 왜 나왔나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의 격차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KBS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서울 마포을: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소위 '한강벨트'로 불리며 국민의힘이 탈환을 기대하고 있는 서울 광진을도 비슷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40%,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33%가 나왔다. 격차는 7%p로 오차범위 안이지만, 고 의원이 약간 우세한 모양새이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3%, 국민의힘 34%로 오차범위 안에서 오히려 국민의힘이 근소하게 높은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전통의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마포을은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 28%, 국민의힘 31%로 나왔다. 오차범위 안에서 국민의힘이 앞서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 것. 하지만 막상 '운동권 특권 세력 심판'을 내세운 국민의힘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 회장은 가상대결에서 32%에 그쳤다. 현역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41%로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였다.

'지역구 재배치'를 통해 국민의힘이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라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출마시킨 서대문을도 비슷하다. 정당 지지율은 4%p차에 불과했지만, 후보 지지율은 15%p로 크게 벌어졌다. 현역 김영호 의원이 박 전 장관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있는 것. 경기 수원병은 양당 지지율이 33%로 동률로 나왔다. 하지만 가상대결에서는 7%p차로 김영진 민주당 의원(41%)이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34%)을 눌렀다.

국민의힘이 모두 우위를 지킨 건 해당 조사에서 경기성남분당갑이 유일했다. 정당 지지율은 30% vs. 36%로 국민의힘이 6%p 앞섰고, 후보 지지도는 39% vs. 44%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5%p차 앞섰다. 하지만 모두 오차범위 안이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다른 지역구 여론조사도 최근 추이는 비슷하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서는데, 막상 가상대결로 들어가면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 접전이거나 오히려 민주당이 앞서는 결과들이 수도권 격전지를 중심으로 속속 나오고 있다. 여당 내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이다.
 
대통령 선거 아닌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김보성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짜놓은 선거 전략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비대위원장이 불출마하는 것도, 선거대책위원회를 '원톱' 체제로 슬림화해서 구성한 것도 결국 국민의힘의 이번 총선 주메뉴는 '한동훈'이라는 뜻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수록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보이지 않게 되고, '한동훈 vs. 이재명' 구도도 선명해진다. 다실점한 윤 대통령을 강판시키고, 구원투수 한동훈에게 승부를 맡긴 셈이다. 실제로 지역구 곳곳의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내걸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특정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고 격전지를 중심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는 현장마다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지지자가 몰린다. 뜨거운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딱 거기까지다. 한 위원장이 '대선 후보'가 아닌 이상, 그가 불러 일으킨 바람이 각 지역구 후보들에게까지 전달되어야 하는데 '지지율의 낙수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결국 타자가 득점해야 이길 수 있는데, 지역구 출마 후보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의 단초는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경기도 수원시를 방문해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기 수원병) 지원 유세를 하는 영상이 짧게 편집되어 유통되고 있다. 단상에 먼저 오른 한 비대위원장이 따라 올라오려는 방문규 전 장관을 다시 내려보내는 듯한 장면이다. 자리가 비좁은 터라 벌어진 해프닝으로 보이지만, 지역구 출마 후보보다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개혁신당은 14일 주이삭 상근부대변인 명의로 "지역 후보 밀어내며 카메라 앞에 서는 한동훈 위원장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주 상근부대변인은 "우리 국민은 지난 지방(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대표(당시 후보)가 벤치에서 쉬던 주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벤치에 올라가 손을 흔들던 모습을 기억한다"라며 "당시 벤치에서 휴식을 즐기는 주민이 자리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의 편의보다 자신의 유세가 중요했던 이재명 대표를 많은 국민이 비판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의 정책과 정당이 추천한 인물에 대한 논의보단 거대 양당은 현재 당대표를 필두로 한 이미지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여기에 한 위원장은 지역 후보가 연단에 같이 올라오려는 것을 밀어내고 혼자만 카메라 앞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라며 "가히 '나르시시즘의 끝'이다. 양당 대표들이 얼마나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면 국민을 밀어내고, 지역 후보를 치워버리며 연단에 서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너지 없어졌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열린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3.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물론 당대표만 보이고 막상 후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민주당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스리톱' 체제를 선택하고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리며, 인지도 있는 현역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지역구 '수성'에 나서는 민주당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당대표 중심의 비슷한 전략을 짜더라도 양당의 처지가 다르니 그 효과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고 막상 대안을 만들기도 어렵다. 이제 와서 리더십을 교체할 수도 없고, 한 비대위원장이 2선으로 물러날 수도 없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격전지를 뛰어야 할 중량감 있는 후보들을 다수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혔다.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을 이들이 보좌하는 형태의 그림을 만들면서 나름의 절충안을 모색한 것.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일단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다. 일부 비명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수도권은 대체로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경우가 많다"라며 "국민의힘 후보들은 인지도도 약하고, 중량감도 좀 떨어지고, 지역에 온 지도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너지가 없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라면서 "이종섭 전 장관의 경우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소재이고, 도태우 변호사의 5·18 망언 같은 경우도 한 비대위원장이 굉장히 공을 들였던 중도 확장 전략의 소재를 망치게 됐다"라고 평했다.

다만, 현재 이슈에 따라 요동치는 판세가 아니라, 1~2주 후를 봐야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 첨언했다. 그는 조국혁신당이 두각을 나타내고, 이종섭 전 장관 사건으로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최근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있는 것도 여론조사 추이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역시 "후보 문제가 가장 크다"라며 "어느 당이든지 간에 당 지지율보다 좀 높이 나올 수 있는 후보가 있고, 딱 당 지지율만큼 나올 수 있는 후보가 있고, 당 지지율보다 모자란 후보가 있는데, 국민의힘은 사람이 모자라기 때문에 지지율보다 모자란 후보가 압도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애초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지금은 양당 모두 호재가 나오면 올라갔다가 악재가 나오면 다시 내려가는 게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가까워져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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