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사건 심문… 의대교수 vs 정부 법리싸움 본격화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춰달라며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에서 교수협의회와 정부 양측 간 팽팽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의대 교수협의회 측은 “의대 증원으로 원고 측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해 이를 막아야 할 긴급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정부의 결정이 행정처분이 될 수 없으며 의대 교수들은 원고로서 적격성이 인정될 수 없어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이날 오후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입학정원 증원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는 행정청의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본안소송(취소소송 등)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조치다.
이번 사안의 경우 의대 교수협의회 측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취소소송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만큼 법원은 그 사이에 원고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사후에 회복될 수 있는 손해인지 등을 따져 집행정지 필요성을 판단하게 된다.
이날 집행정지 심문에서 핵심 쟁점은 행정소송의 ‘처분성’과 소송 당사자의 ‘적격성’, 집행정지의 ‘필요성(긴급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협의회 측은 지난 2월 고등교육법상 권한이 없는 복지부 장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라는 대외적 의사표시는 위법해 무효이며,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뤄진 교육부 장관의 처분도 학생, 전공의, 교수 등 과련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복지부·교육부) 측은 처분성이나 원고적격 등 소송요건이 구비되지 않은 부적법한 신청으로 각하돼야 하며, 설사 소송요건이 인정된다고 해도 집행정지가 인용되기 위한 긴급성이 없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서도 조속히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협의회는 이날 심문에서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방침이 ‘처분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정부가 전공의들한테 행정처분 통지서를 보낸 행위 자체가 공권력이 발동됐다는 의미라며, 처분이 없었으면 애초에 정부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의대 증원은 대학별 정원 배정 첫 단계의 절차 정도에 불과해 향후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구체적 처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인 의대 교수가 적격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협의회 측은 자동차운수사업법 경업자 사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원고 적격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의대 증원 절차의 주체가 대학이라는 점에서 신청인(의대 교수)들은 법률상 원고 적격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집행정지의 필요성(긴급성) 쟁점에 관해 협의회 측은 “(의대 증원 결정이)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게 어느 정도 입증됐고, 국민적 갈등도 심각하다”라며 “신청인들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되고 긴급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원고 적격성이 없기 때문에 법률상 보호될 이익이 없어 신청인이 손해가 있는지 산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교수 입장에서는 가르칠 학생이 늘어나는 건 전혀 손해가 아니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학별 배정 절차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주요한 절차가 남아있어 긴급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소송과 별개로 전공의와 의대 학생, 수험생 등도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증원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들이 1차로 낸 소송은 같은 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에 배당됐다. 집행정지 심문기일은 22일 오전 10시30분으로 잡혔다. 이날 900여명이 추가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해 향후 법정에서의 의대 증원 갈등은 점점 심화될 전망이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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