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출금' 野내통설에…공수처 "원칙 따라, 추가 조사 필요"

정진우 2024. 3. 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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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는 지난 4일 임명된 지 엿새만인 지난 10일 출국했다. 그 과정에서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뉴스1

국방부 장관 출신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지난 11일 출국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출국금지와 이후 법무부의 출금 해제 조치를 놓고 여야가 공방하고, 대통령실은 “대사 임명 철회는 없다”며 오히려 ‘공수처와 야당의 내통·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공수처는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하지만 이 대사 수사가 4·10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며 부담은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용산에 대한 직접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이 대사에 대한 추가적인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이 대사를 소환해 4시간가량 조사했지만, 조사 자체가 급박하게 이뤄져 혐의에 대한 구체적 답변과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충분한 조사가 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고, (대사) 임명과 이후 상황 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며 “4시간은 수사팀이 원하는 대로 이뤄진 조사는 아니고, 추가적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지난해 7월 수해복구 현장에서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 채 모 상병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됐다. 대통령실은 호주 정부에 동의를 받는 ‘아그레망’ 절차를 거쳐 지난 4일 주호주대사 임명을 공식 발표했다. 그 이틀 뒤 한 언론에 이 대사가 공수처에 의해 지난해 12월부터 출국금지된 상태라는 사실이 보도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대사직 수행차 출국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대사는 출국금지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 8일 법무부는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야당이 이 대사 임명을 ‘핵심 피의자 도피’로 규정하고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오히려 공수처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사 임명을 놓고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공수처는 이 대사가 지난해 10월 장관에서 퇴임한 뒤 한참을 부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특정 언론에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며 “대사 임명을 철회하는 것은 야당의 공작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한 추가적인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스1

여권과 대통령실에서 내통·공작을 의심하는 데 대해 공수처는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 22~26일 예정된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이 대사가 일시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 2차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확보한 진술·증거 등을 감안했을 때 이 대사는 반드시 조사가 필요했고, 원칙에 따라 출국금지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출국금지는 조사 필요성을 감안해 언제든 소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수처 관계자는 “출국금지를 안 했으면 또 왜 출국금지조차 하지 않았느냐고 난리가 났을 것 아닌가. 우리는 정공법대로 대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을 “비정상적”이라고 평가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차 전 본부장은 지난 13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법무부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심의한 경험에 비춰보면 법무부가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인용한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차 전 본부장 재직 기간에도 출국금지심의위를 거쳐 3건의 출국금지가 해제된 점을 언급하며 “차 전 본부장의 발언은 명백히 허위”라고 비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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