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주년 맞은 이단 신천지가 기쁘지 않은 이유
2인자, 횡령 혐의로 제명
과거보다 규모 대폭 축소·내홍에 분위기 침체
전문가들 “내부 결속 위해 공격 포교 나설 우려커” 경계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총회장 이만희 교주)가 14일 과거보다 대폭 축소해 극비리에 교단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영생한다던 교주 이만희는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고, 이인자로 여겨지던 총무 K모씨는 제명되는 등 내부 혼란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위기 극복을 위해 더욱 공격적이고 고도의 포교 전략을 펼 수 있다며 꾸준한 경계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인근 길목 곳곳에 관광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신천지의 본거지로 ‘평화의궁전’이라 불리는 HWPL평화연수원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버스 앞에는 ‘전도부2’ ‘전도부3’ 등 교회에서 사용할법한 단어들이 적힌 명패가 달려 있었다. 평화의궁전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자 ‘교통 안내’라고 적힌 형광 조끼를 입은 신천지 관계자가 길을 막아섰다. 행사장까지 약 2㎞ 떨어진 곳이었음에도 그는 “공문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며 취재진의 진입을 막았다. 통제당한 곳에서부터 행사장 사이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공유지임에도 취재진 차량을 통제한 것이다.
평화의궁전이 보이는 북한강 반대편에 도달하니 행사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을 따라 길게 늘어선 신도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만희의 발언이 들릴 때마다 신도들은 계속해서 ‘아멘’이라고 외쳤다. 약 1시간 동안 외부에 머물던 이만희가 이내 손을 흔들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만희는 이날 행사를 앞두고 “빠짐없이 전원이 참석하라”는 내용의 내부 공지를 띄웠다. 그는 “이날 결석하면 신천지인에서 스스로 탈퇴한 자이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전국에 퍼진 신천지 12지파 신도들은 지파별로 인원을 정해 버스 등을 이용해 가평에 속속 모여들었다. 하지만 과거 대형경기장 등에서 성대하게 창립 기념행사를 진행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것이 이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신천지 지도부 출신 구리이단상담소장 신현욱 목사는 “원래 신천지는 창립기념일 전후로 사람이 최대한 모일 수 있는 일요일에 행사를 열어왔는데 이례적이다”며 “외부 시선을 의식해 장소를 구하는 데에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만희가 건강이 온전치 못한 상태이니 그런 모습을 신도들에게 직접 보이는 게 부담이 돼 처음부터 대규모로 모일 의도가 없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만희는 이날 행사 중 하나로 진행된 ‘HWPL 지구촌 전쟁 종식 평화 선언문 제8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며 30분 넘게 평화와는 상관없는 말만 했다. 성경 요한계시록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해석한 내용 특히 자신만이 계시록 속 예언의 실체를 봤다고 주장하는 등 정통교회와는 다른 이단 교리를 설명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이마저도 발음이 불명확하고, 횡설수설에 가까워 그가 말하려는 논점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날 행사에 앞서 지난 주말 신천지 강사와 지파장들을 상대로 열린 강연에서도 이만희는 성경 구절을 제대로 인용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만희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게다가 신천지는 최근 내부 갈등을 겪었다. 몇 년 전부터 조직 내 이인자로 급부상한 총무 K씨가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11일 조직에서 해임, 제명됐기 때문이다. 신천지 측은 제명 사유로 “자기를 감추고 신천지에 잠입해 많은 돈을 사기 쳤다”고 밝혔다. 이만희 역시 “그와 대화하고 손잡는 자는 같은 불법자로 제명 처리한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희 후계자로까지 거론되던 K씨가 제명됨에 따라 신천지 내부 분열은 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 역시 그런 신천지가 결국 내부 결속을 위해 공격적이고 더 은밀하게 포교 공세에 나설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신 목사는 “해외 성과를 거짓으로 부풀려 국내 신도들의 관심을 돌리고, 포교 성과를 내도록 신도들을 채찍질하며 곤욕스럽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계에 다다른 신천지는 최후의 발악으로 군소 교단이나 목회자에게 접근하려 할 것이다”며 “정통교단 목회자를 포섭해 신천지 교리로 무장시키고 마치 일반교회처럼 위장교회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큰 만큼 신천지의 진화하는 포교법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가평=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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