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요구 너무 작잖아” 日기업 임금 14% 파격 인상, 왜?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yvlly@naver.com) 2024. 3.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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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도심.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대기업들이 노조의 대폭적 임금 인상 요구를 잇달아 수용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10년 넘게 통화 완화 정책을 펼쳐온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일본제철, 닛산 등 일본 대기업들은 봄에 열리는 노조와의 연례 임금 협상에서 노조 측 요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직종·계급별 최대 월 2만8440엔(약 25만3400원)을 올리기로 했다. 1999년 후 25년 만의 최대 규모로, 노조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닛산자동차도 월 1만8000엔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6000엔 더 늘어난 것으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와 미쓰다는 지난 2월 이미 임금을 전년도보다 더 올려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혼다는 노조 요구보다 높은 5.6%를 올려주면서 1990년의 6.2%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마쓰다도 노조 요구대로 6.8% 인상하기로 했다.

철강 업계인 일본제철은 월 3만엔의 임금 개선 노조 요구보다 더 많은 월 3만5000엔(약 31만원)을 올리겠다고 응답했다. 정기승급분 등을 포함한 임금 인상률은 14.2%다. JFE스틸과 고베제강소도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인상했다. 임금 상승률은 각각 12.5%, 12.8%였다.

이밖에 히타치제작소와 파나소닉 홀딩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NEC, 후지쓰도 기본급 인상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해 월 1만3000엔에서 1만8000엔 사이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에서 1993년 이후 최대인 5.85%의 평균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31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인상률이 5%를 돌파한다. 지난해 일본 기업(1000명 이상) 임금 인상률은 평균 3.6%였다.

日 마이너스 금리 끝나나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출처=로이터연합)
경제학자들은 일본 기업이 세계적인 임금 인상 추세와 일본 내 노동력 부족, 인플레이션 상황을 모두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내 고물가가 임금 인상률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일본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지난 1월까지 2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임금 인상 결정은 오는 18~19일 개최되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 내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 환경이 갖춰졌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닛케이도 “일본은행 내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 용인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왔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다면 2007년 2월 이래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임금 인상’과 ‘안정적인 물가 상승’을 목표로 제시해왔다. 일본 경제가 오랜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며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을 겪는 만큼, 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면 경기 활성화까지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이를 고려해 재계 지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을 거듭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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