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男 힙합스타 리스크에 ‘31년만’ 적자낸 사연

카니예 웨스트 반유대주의, 나치 찬양 논란

아디다스 이지 신발. (출처=AP연합)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31년 만에 800억원대 적자를 냈다. 미국 힙합스타 예(Ye‧카니예 웨스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파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13일(현지 시각)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5800만유로(약 83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아디다스가 적자를 낸 것은 1992년 이후 최초다.

아디다스는 2013년부터 예와 협업해 신발·의류 브랜드 이지(Yeezy)를 선보였다. 하지만 예가 유대인 혐오와 나치 찬양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2022년 10월부터 계약을 중단했다.

예는 지난 2022년 10월 X(구 트위터)에 “유대인들에게 ‘데쓰콘’(death con) 3‘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는 유대인을 겨냥해 미군의 방어 준비태세 ‘데프콘(DEFCON)’에 빗댄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후에는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합성한 이미지까지 올리는 등 반유대주의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힙합 가수 겸 프로듀서 ‘예(옛 카니예 웨스트)’. (출처=AP연합)

이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북미 지역 매출이 21% 감소하는 등 실적이 좋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도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북미 지역 매출은 16% 줄었다. 예와 계약 해지 전, 이지의 매해 매출은 약 20억달러(2조9000억원)로 아디다스 전체 매출의 8%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지와 협업한 제품의 재고 처리였다. 예와의 계약 중단 이후 아디다스는 12억유로(약 1조7000억원)어치 재고를 폐기하려다가, 두 차례에 걸쳐 7억5000만유로(약 1조1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판매수익 3억유로(약 4000억원) 가운데 1억4000만유로(약 2000억원)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다만 아디다스는 올해 ’이지‘를 제외한 다른 라인으로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최소 성장률을 10%로 보기도 했다.

아디다스는 ’삼바‘ 가젤’ 등 스니커즈 인기에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 4분기 의류 판매량은 13% 감소할 때 신발 판매량은 8% 늘었다. 특히 중국에서 지난해 매출이 8% 늘어난 것에 의의를 두며, 올해도 두 자리 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