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라더니…줄줄이 멈춰선 ‘테슬라 대항마’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자 우후죽순 난립했던 신흥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전기차’라는 꼬리표만 붙으면 천문학적인 투자를 유치하던 수년 전과 상황이 확 바뀌었다.
질주하던 ‘테슬라 대항마’들, 줄줄이 멈췄다
‘베트남의 테슬라’로 불리며 나스닥에 상장된 빈패스트 역시 지난해 4분기 순손실 6억5010만달러(약 8685억원)에 달했다. 베트남 국민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전기차 수요 감소와 함께 가격 인하 전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판매량(3만4855대)도 부진했다. 목표치 5만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8월 상장 때 거품을 타고 주당 70달러 부근까지 오른 주가 역시 이날 기준 4.9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테슬라 후발대’ 중 가장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리비안의 형편도 다르지 않다. 리비안은 올해 생산 목표를 기존 8만대에서 5만7000대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15억 달러(약 1조9997억원)에 달했다. 실적 발표 때는 비용 축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만4000명의 직원 가운데 10%를 해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옥석 가리기’ 시작…왜?
업계에선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거품은 빠지고 알짜 기술을 가진 기업들만 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자체는 늘고 있지만, 가팔랐던 성장세는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2021년 성장률이 103%, 2022년에는 61%, 지난해는 33%로 꺾였다. BNEF는 올해에는 이보다 더 낮은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이 빨랐던 중국은 이미 호된 구조조정을 겪었다. 블룸버그는 지난 2019년 500개가 넘었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지난해 기준 100개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WSJ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 43곳을 자체 조사한 결과, 18개 업체 이상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겠다는 대담한 약속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던 회사들”이라며 “이제는 비용 상승과 양산 문제로 많은 기업이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기존 완성차 업체보다 전기차 수요 변화에 더 치명상을 입는다”며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시기를 극복할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같은 대안이 없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실적과 주가 모두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있는데 현금 600만달러(약 80억원)를 챙긴 피터 롤린슨 루시드 CEO처럼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도 비판을 받는다.
다만 이에 대해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의 고사(枯死)가 아니라 시장의 재편”이라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실제로 기술이 있는 1위 기업은 살아남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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