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 피해” 여성에 발기부전약 먹인 한국인, 싱가포르서 징역

하수영 2024. 3.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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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불쾌감을 표시하고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이유로 여성의 음료에 발기부전 치료제를 몰래 넣은 한국 남성이 싱가포르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공영 채널뉴스아시아(CNA)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싱가포르 지방법원은 독성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김 모(33)씨에게 지난 12일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관광 중 실내 스포츠 시설에서 서핑을 하던 피해자 A씨의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이후 그에게 다가가 사진을 보여줬지만, A씨는 "허락 없이 날 촬영한 건 기분이 나쁘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자리를 피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씨는 피해자가 소지품을 놓아둔 테이블을 찾아 A씨의 버블티에 의문의 하얀 가루를 넣었다. 음료를 마신 A씨는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꼈고 플라스틱 뚜껑에 하얀 가루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 분석 결과 음료에서는 발기부전과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타다라필(시알리스)'이 검출됐다. 싱가포르에서는 독성 물질로 분류된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토대로 김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김씨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으나 CCTV를 보여주자 범행을 인정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직접 복용할 목적으로 약물을 구입했고, A씨가 자신을 피하는 데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법정에서도 “피해자와 대화할 때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을 뿐 성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돌아가면 유사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검찰은 "공공장소 안전에 대한 신뢰가 위협받았다"며 징역 6~8개월을 구형했다. 법원은 김씨가 약을 탄 이후 추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앙갚음을 목적으로 한 나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차이 유엔 팟 판사는 “김씨가 피해자에게 관심을 표했지만 거절을 당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기회주의적(계획적) 범죄 행위”라고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의도로 약물을 사용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과 태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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