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 원, 통장 스쳐 애 학원으로"…사교육비 못 잡는 3가지 이유
경기도 안양의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는 매월 아이 학원비로 120만원 이상을 지출한다. 영어 35만원, 수학 40만원, 국어 30만원, 과학 20만원 등이다. 김씨는 “문제집, 인터넷 강의, 스터디카페 비용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200만원 정도가 월급에서 빠져나간다. 그나마 경기도라서 싼 편”이라며 “최근 수능이 어려워지고 대입에 불안 요소들이 늘다 보니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27조 1000억 원이었다. 학생 수는 1년간 7만명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1조 2000억 원(4.5%) 늘었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과 전쟁까지 선포했지만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더 가중된 셈이다.
①자꾸 바뀌는 대입…“불안해서 학원으로”
사교육비 상승을 이끈 건 고등학생들이다. 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7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늘었다. 증가율로는 2016년(8.7%)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사교육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고교생의 사교육비는 평균 74만원이었다. 서울 고교생은 98만 9000원, 이 중 3학년은 103만원으로 더 많은 돈을 학원비로 썼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입시 정책 변화와 의대 열풍 등이 고교 사교육 시장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통계 조사시기는 그와 맞물린 지난해 5~6월, 9~10월 두 차례다.
킬러문항을 없앴다는 발표에 당시 입시학원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킬러문항 대신 중고난도 문항인 준킬러문항이 많아지거나 신유형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불안한 수험생들은 학원과 설명회를 찾아다녔고, 입시업계는 되레 활기를 띠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근 2년간 의대 열풍이 불었던 데다, 지난해엔 킬러문항 배제로 수능 출제 경향이 9월 모의평가부터 달라졌다”며 “본 수능 역시 역대급 난이도로 출제되며 고1, 2까지 불안감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사교육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N수생의 비용까지 더하면 대입 사교육비는 더 규모가 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고2 자녀를 둔 학부모는 “어차피 재수하면 10개월에 4000만원 이상 들어간다는데, 고등학교 때 학원비 좀 쓰더라도 한 번에 붙는 게 돈이 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킬러문항 배제나 공정 수능은 가야 될 방향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안착이 되면 사교육 경감에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②“영어 못 잃어”…영유부터 대입까지
과목별로는 영어 사교육비가 가장 높았다. 1인당 사교육비는 영어 12만8000원, 수학 12만2000원, 국어 3만8000원 순이었다. 사교육 참여 학생만으로 모수를 줄이면 영어 사교육비는 24만8000원으로 훌쩍 뛴다.
영어 사교육 비중은 특히 초등학교 때 가장 컸다. 사교육을 받은 초등생 1인당 영어 사교육비는 21만4000원으로 수학(14만8000원), 국어(8만9000원)보다 높았다. 수학 사교육비 비중이 커지는 중학교 이후에도 영어 사교육비는 26만~30만원의 지출이 유지되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며 고등학교에 몰렸던 사교육이 저학년으로 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매달 100만원가량을 영어 사교육에 투입한다는 한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생 학부모는 “저학년 때는 영어유치원에서 배웠던 회화를 복습했다면, 고학년 때는 독해, 듣기가 많은 수능식 공부를 한다”며 “아예 수능 영어를 초등학교 때 다 떼고 중학교부터는 수학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 대입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영어 사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지만 1등급을 받지 않으면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없는 경쟁 구도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③“애는 학원이 키운다”…맞벌이의 비애
맞벌이다 보니 자녀를 이른바 '학원 뺑뺑이'에 맡긴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 학부모의 경우 “보육을 위해 학원에 보낸다”는 답변이 12.2%를 차지했다. 두 명의 초등 자녀를 둔 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 학원비와 시터비용으로 각각 200만원씩 지출하고 있다”며 “퇴근 시간까지 봐줄 기관이 마땅찮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루에 한두 군데의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일정을 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최민지·이후연·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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