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서 또 어선 침몰로 3명 숨져...무서운 바다, 매년 50명 사망·20명 실종
최근 일주일 사이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연이어 어선 뒤집히거나 침몰해 7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등 어선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어선 사고로 한 해에 적게는 54명에서 많게는 68명이 숨지고, 21명에서 31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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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t 대형어선 침몰한…3명 사망 1명 실종
14일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2분쯤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5㎞ 해상에서 대형 쌍끌이 저인망 어선 2척 중 1척(139t급·부산 선적)이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어선에는 선장 등 한국인 선원 4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6명, 베트남 선원 1명 등 11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해경과 인근 선박이 한국인 3명과 외국인 7명을 구조했지만, 이 중 선장 등 한국인 3명은 사망했다.
실종된 한국인 1명은 해경 등이 수색 중이다. 현재 어선은 수심 60m 지점에 침몰한 상태다. 해경은 실종자가 가라앉은 어선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중 수색도 진행하기로 했다. 사고가 난 어선은 전날(13일) 오후 5시10분쯤 통영시 동호항에서 출항했다. 사고 당시 기상 상황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쌍끌이 저인망 어선은 2척이 선단을 이뤄 대형 그물로 삼치·갈치·오징어 등 여러 어종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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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쌍끌이 조업 금지구역…“무리한 조업이었나”
해경에 따르면 어선 침몰 장소는 대형 쌍끌이 어선은 조업할 수 없는 구역이다. 즉 외끌이·쌍끌이대형기선저인망어업 한계선의 안쪽에서 이번 사고가 났다. 다만, 실제 여기서 조업했는지, 단순 이동 중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30여년째 통영 앞바다에서 연안선망어선을 타고 있 어민 이모(50대)는 “쌍끌이 어선이 연안까지 들어와 정어리 등을 불법 조업하다가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해경이 단속만 잘했어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고 어선을 잘 안다는 정성문(59) 전 대형기선저인망 쌍끌이선주협회장은 “근해에서 조업을 마치고 이동하는 중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경이 조사해봐야 되겠지만, 선원 부족으로 인한 피로도 누적으로 발생한 안전사고일 수 있다”고 했다. “보통 승선원 12명 중 6명이 한국인이다. 항해실 2명, 기관실 2명, 주방 1명, 보조 간부 1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4명뿐이었다는 건, 선장 1명이 교대 없이 계속 일했을 수 있다는 것”이 정 전 협회장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게다가 쌍끌이는 조업구역이 (제주 남단) 연안 12마일에서 18마일로 후퇴하는 등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무리한 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선령이 20년이 넘은 사고 어선(2002년 진수) 관련해서도 “선체가 노령화하면 작은 충격에도 파공(파손·구멍)이 생겨 침수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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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어선 사고…매년 50명 사망 20명 실종
어선 사고가 잇따르면서 인명 피해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9일 통영 욕지도 남쪽 약 68㎞ 바다에서도 옥돔을 잡던 근해연승어선(20t급·제주 선적)이 전복, 한국인 선장 1명과 인도네시아 국적 외국인 선원 3명이 숨졌다. 한국인 선원 1명과 나머지 외국인(인도네시아 국적) 4명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아, 6일째 수색 중이다. 앞서 지난 12일 전남 여수시 남면 작도 동쪽 13㎞ 바다에서는 통발어선(7t급) 뒤집어졌다. 배에서 탈출한 선원 6명은 목숨을 건졌으나 미처 탈출하지 못한 1명은 사망했다.
매년 해양 사고가 끊이질 않는 탓에 조업 중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서 낸 ‘2022년 해양사고 통계’를 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어선에서 발생한 해양사고는 940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 사고로 사망자 304명, 실종자 135명이 발생했다. 이 기간 발생한 사망자·실종자 439명 중 255명(58%)은 안전사고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전복(90명)·충돌(46명)·화재폭발(28명) 순으로 많았다.
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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