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中총리 조만간 평양 방문…'친선의 해' 개막식 참석할듯"
리창(李强·65) 중국 총리가 조만간 북한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소문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4일 한반도 사정에 밝은 중국 소식통은 "리 총리가 평양에서 열리는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며 "이 경우 지난해 리 총리가 취임한 이후 서울보다 평양을 먼저 방문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축전을 주고받으며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정했다.
리 총리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중 수교 60주년이었던 지난 2009년 10월 당시 원자바오(溫家寶·82) 총리의 방북 이후 15년 만의 총리급 방북이 된다. 지난해 숨진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임기 10년(2013~2023년)간 북한에 가지 않았다. 시 주석의 경우 2012년 당 총서기 취임 후 평양(2019년)보다 서울(2014년)을 먼저 방문했었다.
한국이 주최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오는 18~20일)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논의될 계획인 만큼,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까지 현실화한다면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한층 선명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과거 전례가 리 총리의 방북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중 친선의 해에 양국 총리가 평양과 베이징을 교차 방문하며 개막식과 폐막식을 개최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북·중 친선의 해'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끝나자 김영일 북한 총리가 장관급 3명을 포함한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에서 열린 개막식(3월 18일)에 참석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해 10월 5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방북한 원 총리가 참석했다.
리 총리의 방북을 암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1월 26일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평양을 방문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북한 노동신문은 “쌍방은 ‘조·중 친선의 해’ 운영과 관련된 문제들을 토의하고, 두 나라 사이의 친선적 교류와 실무적 협조를 확대 발전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친선의 해 운영’, ‘친선적 교류’ 등의 표현을 두고 "개·폐막식을 계기로 한 양국 총리의 상호 방문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리 총리는 이달 말 일정을 비운 상태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리 총리는 당초 오는 24~25일 베이징 다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리는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접견이 잡혀 있었는데 취소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팀 쿡 애플 CEO, 이재용 삼성 회장 등 글로벌 CEO를 대거 초대해 중국 투자 유치를 논의하던 총리 회견의 취소는 이례적이다. 그런 만큼 그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도 북한을 두둔하며 고위급 교류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앞서 왕 위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각 당사자, 특히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해결돼야 한다”고 북한을 적극 변호했다.
임박한 러시아 대선과 연말의 미국 대선 역시 중국에게 리 총리의 방북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고수석 국민대 겸임교수는 “연내 방북을 공언한 푸틴이 재선 직후부터 북한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고, 만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중국을 배제한 북·미 밀월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에 절실한 경제 원조의 집행자인 리 총리의 평양행은 시기의 문제일 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또 “2009년 원 총리의 방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확인 차원이었고, 2019년 시 주석의 방북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을 견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북한과 중국 모두 1인자에 앞서 총리급 교차 방문을 위한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이 의장국 순번인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이후 5년째 개최 시기가 불분명한 상태다. 중국은 3국 정상회의에 총리가 참석한다. 올해 안에 성사될 경우 리 총리가 서울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6일 부산에서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시기를 조율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중국 측은 회담 후 구체적인 결렬 배경은 밝히지 않은 채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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