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줄인다더니…3년 연속 역대최대, 서울 고3 월 103만원

김민중 2024. 3. 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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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의대 입시 학원의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맞벌이 A(42)씨는 지난해 사교육비로 월평균 400만원을 썼다. ‘사교육 1번지’인 서울 대치동과는 거리가 먼 지방 광역시에 사는데도 가구 수익의 절반 정도를 사교육비로 지출했다는 것이다. A씨는 “가끔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계속 팍팍해지니 남들이 한다는 건 다 해주고 싶고 여유가 생길수록 더 많이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게 무색해졌다. 같은 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과 학생 1인당 평균치가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다.

14일 통계청은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교육비는 2015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오르고 2021년부터는 매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저출산 현상에 따라 학령인구가 감소세인데도 사교육비 총액이 증가세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고 사교육 업체들의 마케팅이 고도화한 등의 영향이다. 지난해 학생 1명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55만3000원으로 뛴다. 이와 더불어 사교육 참여율이 78.5%로 0.2%포인트 오르고, 주당 참여시간이 7.3시간으로 0.1시간 늘어난 점 역시 사교육비 총액 증가로 이어졌다. 이번에 조사한 사교육비에는 방과후학교 비용,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등은 빠져 있어 실제 가구당 체감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조사 수치보다 더 클 수 있다.

차준홍 기자

사교육비 총액·1인당평균치 증가율 전부 물가상승률 웃돌아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제외하는 등의 종합 대책을 내놓으면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을 24조2000억원으로 6.9% 줄이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물가상승률 이내로 감소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교육비 총액은 도리어 늘었고, 총액 증가율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은 전부 소비자물가상승률(3.6%)을 웃돈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한 것이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의대 입시 열풍도 한몫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돌봄과 보육을 위한 학원 수요가 많은 반면, 고등학생 단계에서는 학교수업 보충과 진학 준비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사교육 수요를 부추긴 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초중고별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고등학생의 증가율(6.9%)이 가장 컸다. 전년에는 초등학생(13.4%) 수치가 가장 컸고, 고등학생(9.7%) 수치는 가장 적었다.

이번 조사에선 가구별 소득격차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가구의 학생(사교육 안 받는 학생 포함)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8만3000원이고,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수치는 67만1000만원에 달했다. 더욱이 이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증가율은 3.5%로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3%)보다 높았다.

서울 대 지방의 양극화도 여전했다.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고3 학생에 한정해 본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103만3000원에 달했지만, 전남에선 그 절반도 안 되는 42만6000원에 그쳤다.

차준홍 기자


고등학생의 경우 성적이 좋을수록 사교육에 의존하는 정도가 컸다. 상위 10% 이내 성적을 거두는 학생(사교육 안 받는 학생 포함)은 1인당 월평균 61만6000원을, 성적 하위 20% 이내는 33만6000원에 그쳤다. 이를 두고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사교육을 받아서 성적이 잘 나오는지, 성적 좋은 학생이 사교육도 받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두 가지 측면 다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연구실장은 “저출산 현상(2015~2022년)의 약 26%가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학생 1인당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가 1만원 오르면 합계출산율이 0.012명 감소한다”고 말했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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