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대에도 美하원 "틱톡 금지"…공은 '민주 우위' 상원으로
미국 하원이 13일(현지시간) 중국 바이트댄스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틱톡(TikTok)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틱톡 금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공화당 의원들의 몰표에 힘입어 법안이 통과하자 미국 정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화 다수 하원, 8일만에 속전속결
미 하원은 이날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지난 5일 법안 발의에서 이날 하원 통과까지 단 8일 만에 진행됐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인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확대된 반중(反中) 정서에 대응해 초당적인 표결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미국에선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를 통해 틱톡 이용자의 정보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 바이트댄스는 6개월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해야 한다. 만약 사업권을 팔지 못하면 구글·애플 등의 앱스토어에서 틱톡 제공이 금지된다. 그런데 미국에서 1억 7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은 천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6개월 내에 매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법안이 '틱톡 금지법', '틱톡 퇴출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법안이 발효되려면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미국 언론들은 “상원 통과는 불분명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론 투표에 가까웠던 하원과 달리 상원은 통상 개별 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표결을 진행해왔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넘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판단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공'은 민주 우위 상원에
실제 이날 법안이 통과된 뒤 하킴 제프리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관련 “이 법은 틱톡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틱톡을 (미국 회사에) 매각하는 내용”이라며 “나는 틱톡 금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것은 상원의 결정에 달려 있고,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관련 위원회의 견해를 들어보고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짧은 성명만을 발표했다. “법안이 급하게 상정될 가능성은 낮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진보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중국 견제에 앞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을 의식한 말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날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몰표를 던져 ‘공’을 상원으로 넘긴 배경에 대해 “최근 틱톡에 대한 입장을 바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일종의 역할 분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미국 의회 상황을 잘 아는 현지 소식통은 “과거 틱톡 금지 행정명령까지 했던 트럼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실망한 보수층 결집을 위한 당론 투표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 다수의 상원에 결정 책임을 넘기면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만난 뒤 입장 바꾼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틱톡을 삭제하고, 바이트댄스에 90일 이내에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반(反)틱톡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지난 11일 CNBC 인터뷰에서 “틱톡을 금지하면 페이스북만 좋을 것”이라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바이트댄스 지분의 15%를 보유한 제프 야스를 만난 게 원인이 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막대한 법정 비용으로 트럼프의 재정 상황이 상당히 악화돼 완전한 억측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공화당이 기존 반중 정서를 앞세운 표결을 강행한 것은 보수층의 달래는 동시에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과 바이든에게 부담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 금지법이 통과되면 즉각 서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역시 지난달부터 젊은 표심을 노리고 틱톡을 활용한 선거 캠페인을 펼치며 “모순적인 행동”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기시다 방미 전 'US스틸 인수' 우려 밝힐 것"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 전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한 우려를 직접 밝힐 거란 관측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심각한 우려’를 담은 성명을 낼 방침”이라며 “일본에도 이러한 내용이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하면 인수 계약 자체를 취소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바이든의 입장에서 일본 기업으로의 매각에 반대하고 있는 철강 노조는 반드시 잡아야 할 핵심 지지층이다. 특히 US스틸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는 대표적 경합주로 꼽힌다. 반면 국빈으로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기시다 총리의 입장에선 미국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자국 기업의 계획이 무산될 경우 난처한 입장이 될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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