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방향타 쥔 美…한은 "Fed 금리 점차 내릴 듯, 파급력 강해져"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연내 미 금리 인하 시 국내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지가 커지는 동시에 물가·가계 부채 등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 물가·고용 지표가 나올 때마다 전 세계는 미 Fed의 금리 인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그만큼 미국이 주요국 '피벗'의 방향타를 쥔 걸 보여주는 셈이다. 한은도 14일 발표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Fed 통화정책의 글로벌 영향력 분석에 나섰다.
한은은 각국 중앙은행이 미 Fed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자율적 통화정책으로 거시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하지만 자본시장 개방, 외환시장·교역 연계 확대 등으로 Fed의 움직임이 각국에 미치는 파급력은 과거보다 강화됐다고 봤다. 특히 Fed가 코로나19,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적극 대응하면서 글로벌 금융 사이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급격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Fed는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내릴 전망이다. Fed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올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를 인하할 거란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고용·물가 지표를 확인하면서 금리를 조정할 거란 분석이다. 시장에선 Fed가 오는 6월부터 인하에 나설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61%에 달한다(14일 정오 기준).
영향력이 커진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서면 글로벌 경제도 크게 들썩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달러화 절하 등 글로벌 금융 여건이 완화되고, 미국 총수요 확대 등으로 글로벌 실물 경제도 개선될 거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가 신용 위험이 큰 신흥국 수출입 중심으로 교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이미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기업대출이 지난달 큰 폭으로 늘어나고, 회사채 발행이 원활히 이뤄지거나 주가가 올라가는 식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Fed의 금리 인하 과정 등이 국내 금융시장에 일부 선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동결을 이어가는 국내 기준금리 결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Fed 금리 인하 시) 외환 부문 우려가 완화되면서 (한은) 통화정책이 대내 여건에 집중할 여지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완화나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저해할 가능성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 피벗 시점으로 Fed 인하 이후인 하반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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