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조' 미 MRO 진출 임박...김동관·정기선 내달 방미 [방산인사이드]
[한국경제TV 배창학 기자]
<앵커> 방위산업에서는 무기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유지·보수·정비를 뜻하는 MRO가 중요합니다.
글로벌 MRO 시장이 무기 매매 시장보다 두 배나 크다고 하는데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20조 원 규모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을 위해 다음달 초 나란히 미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독 보도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요즘 한화와 HD현대 간 신경전이 대단한데 이번에는 MRO를 두고 격돌한다고요?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다음달 그룹 특수선 부문 계열사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에 힘을 싣기 위해 미 출장길을 떠납니다.
MRO는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verhaul) 각 영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온 약자로 소모성 자재를 의미하는 용어인데, 최근 군용 무기 운용 과정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화와 HD현대 고위급 관계자와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 방문 일정은 북미 지역 최대 규모 해양방위산업전 SAS(Sea Air Space) 개막일(4월 8일) 즈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방미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의 지난 방한에 대한 답방 차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지난달 방한해 한화오션의 거제조선소와 HD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를 둘러보며 MRO 역량을 사전 점검하고 두 수장을 미 현지로 초청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초청에 응한 수장들은 델 토로 장관과 미 해군 함정에 대한 유지·보수·정비, 즉 MRO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방한 당시 각 사의 MRO 기술력을 검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업 규모와 시기 등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미 해군성 장관이 지난달 말 거제와 울산 소재 국내 조선소들을 방문한 것 자체가 화제였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26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한미 연합 해군력 강화를 위해 방산 분야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다음날인 27일 곧바로 거제, 울산, 부산 등지의 조선소를 방문했습니다.
이전 방한 때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행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미 함정의 유지·보수·정비, 즉 MRO를 우리 기업에 맡기기 위한 사전 점검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비롯해 500척 가까운 함선을 보유 중으로 해군 함정 MRO 사업에만 연 평균 20조 원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현지 조선소 인력 부족으로 유지·보수·정비를 받지 못한 함정의 수가 늘자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일본에서 일부 물량을 소화했지만, 이마저 부족해지자 우리나라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국내 특수선 양강 기업들에 미 함정 MRO 시장 진출의 길이 열린 것입니다.
한화와 HD현대 두 수장의 오는 방미로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급진전될 예정입니다.
<앵커> 두 기업의 MRO 역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둘 중 어느 기업이 앞서있습니까?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필리핀 해군에 호위함 2척을 인도했고, 2022년 호위함 2척을 유지·보수·정비(MRO)하며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글로벌 MRO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현재 초계함 2척과 원해경비함 6척을 건조 중으로 이를 필리핀 해군에 인도할 경우 MRO 지원 범위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에는 필리핀에 거점 성격의 해외 첫 특수선 엔지니어링 오피스를 개소하는 등 동남아시아를 발판으로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후발주자인 한화오션은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격차를 좁히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직후 국내 최초로 MRO 전담팀을 신설한 데 이어 같은 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5,000억 원을 MRO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MRO 지원 센터를 설립해 유지·보수·정비 기술을 이전하는 토털 MRO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기업 모두 미 현지 조선소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앵커> 그동안 군함 건조에 주력했던 특수선 기업들이 MRO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올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80조 원으로 무기 거래 시장 규모의 두 배에 달합니다.
무기를 사고파는 것은 단발성과 일회성에 그치는 사업이지만 사고판 무기를 유지·보수·정비하는 것은 무기가 제기능을 못할 때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다발성과 영속성이 있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MRO 사업이 방산업계의 ‘마르지 않는 금맥’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함정의 경우 평균 수명이 30~40년, 임무 유형에 따라서는 50년 넘게 항해하다 퇴역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함정 MRO 사업이 함정 설계 및 건조 사업 수주보다 낫다면서 K방산이 퀀텀점프할 기회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미 MRO 사업 수주 시 미 해군 함선들은 태평양을 건너 각각 거제와 울산 조선소에 정박한 다음 유지·보수·정비를 받아야 합니다.
이동 중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조선소를 사려고 하지만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 선박은 존스액트(Jones Act)법에 따라 유지·보수·정박 및 건조 시 자국민이 소유 중인 시설 이용이 강제되기 때문입니다.
MRO의 경우 미 해군성 장관의 재량으로 타국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완화했지만, 다른 국가가 자국에서 작업하는 것은 국방 안보 보안을 이유로 제한 중입니다.
이에 두 조선사가 미국에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지만 현지 기업에 경영권을 내줘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방산인사이드,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배창학 기자 baechangha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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