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컷오프에 군사망유족 일갈 "병역기피? 민주당 국민 능멸"
[박수림 기자]
▲ 13일 저녁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 |
ⓒ 임태훈 페이스북 갈무리 |
"임 소장만큼 군을 변화시킨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실은 임 소장이 성소수자라서 공천 못한다는 걸 병역기피라고 에둘러 표현한 거 아닙니까? 국회는 일 잘하라고 보내는 거잖아요.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되는데 민주당은 지금 '까만 고양이는 쥐를 못 잡고 하얀 고양이는 쥐를 잘 잡는다'는 편견을 가진, 딱 그 꼴이에요." -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의 컷오프(공천 배제) 소식에 군 사망사고 유족들이 입을 모아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임 전 소장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그는 전날(13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연합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문자를 공개하며 "당으로부터 후보자 등록 서류 심사 결과 컷오프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다.
1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두 유족들은 "임 전 소장은 군의 부조리한 실상을 가장 잘 알고 싸워왔고 국가기관, 정치인, 여타 시민사회단체가 우리를 외면할 때 유일하게 손을 잡아준 사람"이라며 "이번 컷오프 결정으로 민주당에 다시 한번 실망"이라고 했다. 이들은 "총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야권 연합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0일 '국민후보 추천 공개오디션'을 열고 심사위원, 국민심사단, 국민 문자 투표를 진행해 12일 비례대표 후보로 시민사회 몫 4명을 선출한 바 있다. 임 전 소장은 문자 투표에서 12명의 남녀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2만 3174표)를 받고 남성 후보 중 2위로 선출됐다.
임 전 소장은 즉각 이의제기했으나, 공천관리위원회는 "부적격 결정을 번복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돼 (이의제기를) '기각' 결정했음을 알린다"고 못 박았다.
▲ '국민후보' 공모 지원 의사 밝힌 임태훈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장직에서 물러나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후보' 공모에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임 소장 회견에는 고 김상현 이병, 고 황인하 하사, 고 조재윤 하사(이상 군대 내 괴롭힘), 고 윤승주 일병(집단 구타 및 사건 은폐), 고 남승우 일병(훈련 중 사고), 고 홍정기 일병(의료 사고)의 유가족이 함께했다. |
ⓒ 남소연 |
지난 2022년 강원 인제군 GOP에서 일어난 집단 괴롭힘으로 아들을 떠나보낸 고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실망감이 말도 못할 정도"라고 운을 뗐다. 그는 "임 전 소장은 군인권센터를 설립하고 지난 15년간 군에 좋은 변화를 많이 끌어냈다"며 "정치인 중에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었냐"고 반문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초기에 정치인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때 특검 요구하고 국정조사 요구한 게 임 전 소장과 군인권센터"라며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처럼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 있는 군 출신 국회의원들은 군 문제에 목소리를 못 낸다. 임 전 소장처럼 민간 출신이 국방위원회에 가야 제대로 일하는 건데..."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군대에 안 가려고 별의별 수를 다 쓰는 걸 두고 '병역기피'라고 하는데 임 전 소장은 당당하게 거부한 뒤 1년 6개월간 감옥에 다녀왔다. 그게 어떻게 기피인가"라며 "실은 임 전 소장이 성소수자라서 공천 못해준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거 아닌가. 국회는 일 잘하라고 보내는 건데 민주당은 능력은 없고 줄은 잘 서는 국회의원들을 또 뽑아달라는 건가. 나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지난 2016년 군에서 급성 백혈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도 "임 전 소장은 국방부, 보훈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룰 때 전면에 나서서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준 유일한 사람"이라며 "전날 컷오프 소식을 듣고 너무 화가 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이어 "군 사망사고 유족들은 지난 4일 임 전 소장이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 때 함께 참석해 마음을 보탰다. 그가 국회의원이 되고, 부조리한 군과 싸워 앞으로 의무 복무할 아이들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릴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내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지만 추가 피해자 한 명이라도 더 줄여보자는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컷오프 결정은 "국민을 능멸한 것"이라고, 민주당을 향해서는 "국민의힘만도 못한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씨는 "'군을 믿을 수 있는 군으로 만들어달라'며 싸워 온 사람을 그런 이유로 컷오프할 거였으면 오디션도 애초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투표에 참여한 국민이 몇만 명이냐. 국민 조롱으로밖에 안 들린다. 이건 국민을 능멸한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이나 가져가 놓고 군 사망사고 유족과 피해자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찍어줄 필요가 없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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