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전설' 정태성 "HBM이 삼성·SK-마이크론 갈랐다…삼성 파운드리 기회"
HBM 덕 세계 D램 시장 주도권
낸드는 3D낸드 양산능력에 달려
'낸드플래시의 전설' 정태성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을 따돌리는 데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현재는 5세대 제품 'HBM3E'의 양산이 시작되는 단계에 있지만, 향후 6세대 'HBM4'가 상용화되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국제 통상환경, 정치안보 이슈, 영업 등 다양한 경영 변수가 있지만 반도체 시장의 승부는 결국 '기술'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 전 사장의 주장이다.
낸드의 전설로 불리는 정태성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AI반도체 시대에 주목받는 HBM 발전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세대인 6세대 HBM은 보다 정밀해지는 만큼 턴키(일괄수주) 공정을 갖춘 삼성전자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전 사장은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을 따돌리는 데도 HBM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사장은 13일 경기 용인 단국대에서 열린 '첨단비즈니스 최고경영자과정(AHBMP)' 강연을 위해 수강생들에게 배포한 '한국의 반도체 메모리 산업'이라는 자료에서 현재 5세대인 HBM이 6세대로 넘어가면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5세대인 HBM3E 양산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HBM3E에선 데이터전송 통로인 핀 수(I/O)가 1024개지만 HBM4에선 2048개로 2배 늘면서 파운드리 미세 공정이 필요해진다"며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턴키 제공 역량을 갖춘 유일한 업체"라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차세대 HBM4는 I/O 가 확대되고 고속 동작 때문에 전력 소모가 커지는 제품"이라며 "(D램 업체들이) 로직다이에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로직다이는 HBM 칩 맨 아래에 까는 웨이퍼(원판)에서 낱개로 하나하나 잘라낸 네모 틀이다.
그는 세계 메모리 '빅3'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세계 D램 시장 매출 점유율을 통해 HBM이 시장 판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2013~2022년 10년간 이들 3사 점유율은 '삼성이 45%,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각각 25%와 20%'인 구도를 유지했는데, 지난해 다소 큰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42.8%와 24.7%, 27.2%였는데 같은해 4분기엔 45.7%, 31.7%, 19.1%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변화의 결정적 원인이 HBM이었다고 분석했다.
낸드 시장 전망에 대해선 3D 낸드 양산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전 사장은 D램은 만들기도, 팔기도 어렵지만 낸드는 만들기는 어려워도 팔기는 쉬운 시장이 꽤 많다고 언급했다. 특히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했다. 전체 낸드 시장 대비 eSSD 매출 비중은 2013년 4%에서 2020년 21%로 5배 정도 증가했다.
정 전 사장은 국제 통상, 정치 안보, 영업 등 다양한 경영 변수가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결국 승부는 '기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확장 의지와 미국, 유럽, 일본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엔 더 많은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기술 우위인 반도체 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이 스스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소홀하지 않는 한, 국내 반도체 산업은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사장은 2016년 SK하이닉스에 합류하기 전 삼성전자에서 메모리사업부 품질보증실장 부사장, DS(반도체)부문 기술전략팀장 부사장, SAIT(옛 종합기술원) 디바이스&시스템 연구센터장 부사장을 지냈다. 낸드의 전설로 통하지만, D램에도 정통한 메모리 전문가로 꼽힌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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