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나왔어" 삼성 박진만 감독이 ERA 7.11 이적생에게 "미안하다"고 한 이유
윤승재 2024. 3. 14. 11:04
“(김)태훈이에겐 미안하죠.”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지난해 마당쇠 역할을 한 ‘투태훈’ 김태훈에게 사과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김태훈은 지난해 삼성의 뒷문을 구원할 ‘소방수’였다. 불펜이 약했던 삼성은 4월 말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을 내주는 일대일 트레이드로 김태훈을 영입했다. 이적 후 김태훈은 초반 3경기에서 1승 2세이브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김태훈은 부진했다. 헐거운 불펜 사정상 김태훈의 연투는 잦아졌고, 후반 체력 문제까지 겹치면서 흔들렸다. 결국 지난해 김태훈이 거둔 성적은 71경기 6승 7패 1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7.11. 2014년 데뷔 이후 가장 안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삼성은 최악의 불펜 성적과 함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김태훈은 실패한 트레이드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이에 박진만 감독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6일 스프링캠프 귀국길에서 만난 박 감독은 “지난해 우리 불펜이 약해서 (김)태훈이의 이닝 수가 많았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는데, 팀 사정상 많이 투입하게 돼서 미안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김태훈은 시즌 중반 팀에 합류했음에도 팀 불펜 투수들 중 가장 많은 경기(63경기, 삼성 기준)에 출전해 55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이닝 수는 좌완 이승현(60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올 시즌엔 김태훈에게 적절한 체력 안배가 주어질 예정이다. 삼성이 불펜 투수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삼성은 FA(자유계약) 시장에서 마무리 투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좌완 최성훈과 사이드암 스로 양현을 영입했다. 김재윤과 임창민은 지난해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에서 주전 마무리 투수 역할을 했던 든든한 필승조다.
삼성은 이미 7~9회 불펜 구상을 마쳤다. 임창민에게 7회를 맡기고, 김재윤과 오승환에게 나머지 2이닝을 책임지게 하는 구상이다. 마무리 투수는 시범경기 중반 김재윤과 오승환 중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선발이 6이닝을 꾸준히 막아주면 좋겠지만 변수는 언제나 있다. 6회 혹은 5회도 막아줄 불펜 투수들이 필요한 가운데, 새 시즌 반등을 노리는 김태훈이 그 자리에 도전한다. 박진만 감독은 “김태훈의 컨디션이 좋다. 분명 좋은 공을 갖고 있는 선수니까 체력 관리만 잘해준다면 (필승조)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김태훈은 지난 10일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 한 차례 나와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적절히 사용하며 홀드를 기록했다. 새 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내용이었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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