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글로벌 제약사 선처에 목 매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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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와 고도비만 환자들이 바다 너머 쳐다만 보는 글로벌 신약이 있다.
국내에서도 판매 승인은 받았지만 환자가 처방받을 수는 없는 약이다.
제약사가 밝히는 한국 미출시 이유는 '글로벌 공급 부족'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선의에 목매는 상황이 4년 전엔 국가 비상사태 수준으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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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와 고도비만 환자들이 바다 너머 쳐다만 보는 글로벌 신약이 있다. 국내에서도 판매 승인은 받았지만 환자가 처방받을 수는 없는 약이다. 일부에선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이 약을 불법 구매해 복용하거나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어 판매한다. 형사처벌 대상인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 행위까지 성행하는 건 이 약에 대한 관심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 약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GLP-1 계열’ 신약이다. 오젬픽(당뇨병 주사제), 리벨서스(먹는 당뇨약), 위고비(비만약) 등 적응증에 따라 제품명은 다르지만 성분이 동일한 '같은 약'이다. 최근 심혈관질환 관련 효능까지 미국에서 인정됐다. 글로벌 시장에선 없어서 못 팔 지경이어서 노보노디스크 시가총액이 전 유럽 1등에 올랐다.
국내에서 이 약의 정식 처방이 불가능한 건 노보노디스크가 2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식약처 판매 승인을 받고도 여태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 역시 지난해 같은 계열의 당뇨병 약 마운자로를 식약처에서 승인받았지만 출시하지 않았다. 제약사가 공식 판매를 하지 않으니 불법 유통 관리도 없다.
제약사가 밝히는 한국 미출시 이유는 '글로벌 공급 부족'이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우리도 빨리 들여오고 싶어 본사와 이야기하고 있으며, 글로벌 수요가 많다 보니 본사는 전 세계에 배포할 때 여러 사항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옆 나라 일본에는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받아서 출시돼 있다.
글로벌 신약의 한국 출시가 밀린 게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한 급여 인정 지연 등 국내 사정 탓이었다. 이번엔 개발사들이 한국을 뒤로 미뤘다. 글로벌 제약업계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의약품 원천기술이 부족해 ‘제약 주권’이 약한 우리로선 속수무책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선의에 목매는 상황이 4년 전엔 국가 비상사태 수준으로 벌어졌다. 코로나19 백신 배정 순위에서 밀려서 대통령이 화이자 회장을 만나 "한국에 빨리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나온 말이 제약 주권이다. 정부도 제약 주권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다가 백신 도입이 순조로워지면서 제약 주권의 중요성은 잊혔다. 해외 신약의 국내 출시를 환자들이 학수고대하는 요즘 이 단어가 다시 떠오른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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