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와 뭐가 달랐나…배상 시나리오 복잡한 이유 [홍콩 ELS 후폭풍]
훨씬 대중적인 상품 특성 감안해야
금소법 시행 후 판매 환경도 변수
대규모 손실로 논란이 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금융당국이 배상 청사진을 내놓은 가운데, 상황에 따른 복잡한 시나리오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비슷한 케이스로 꼽혔던 몇 년 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달리, 보상 규모가 개인 사례별로 크게 엇갈리게 된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두 상품의 특성이 다르고 판매 환경도 변화된 만큼, 배상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금감원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르면 해당 상품의 판매 금융사는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최저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 배상 비율은 판매사 요인 최대 50%에 투자자 고려요소 ±45%포인트(p), 기타요인 ±10%p를 가감해 정해진다.
기준안은 판매사들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을 위반해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 20~40%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p, 증권사는 5%p를 가중한다.
투자자별로는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인지, ELS 최초 가입자인지 여부에 따라 최대 45%p를 배상 비율에 가산하게 된다. 반대로 ELS 투자 경험이나 금융 지식수준에 따라 투자자 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가 있을 때에는 배상 비율에서 최대 45%p를 차감한다.
이에 따라 이번 홍콩 H지수 ELS에 대한 개별 배상 비율은 과거 DLF 사태 때보다 훨씬 다양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2019년 DLF 사태 당시 손실을 본 여섯 건의 사례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했다. 사례별 비율은 ▲80% ▲75% ▲65% ▲55% ▲40% 등이었다.
금감원은 DLF 분쟁조정의 경우 일률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ELS에는 그와 같은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DLF와는 따른 ELS의 상품 특성과 소비자보호 환경 변화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DLF는 비정형적이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상품으로 평가된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ELS는 장기간 판매돼 온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상품이다. 상품 구조가 정형화된 점 등에서 DLF와는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판매량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19년 8월 7일 기준 DLF의 총 판매 금액은 7950억원 정도였다. 이에 비해 ELS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18조8000억원으로 20배 이상 규모가 크다.
2021년부터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고려 대상이다. DLF 사태 이후 판매 규제를 강화한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따라 금융사들의 형식상 판매 절차는 대체로 갖춰진 상황이란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홍콩 H지수 ELS 투자 손실 배상비율은 다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판매자나 투자자 측 당사자 일방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배상비율은 0~100%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DLF 사태 때와 비교해서 상품 특성이나 소비자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판매사의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지 않겠나 본다"며 "DLF 때보다는 전반적인 배상비율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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