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복귀' 한화, 가을야구 이상을 노린다
[양형석 기자]
지난 2022년 10월 손혁 단장이 부임한 한화 이글스는 그 해 FA 시장에서 외야수 채은성과 투수 이태양, 내야수 오선진(현 롯데 자이언츠)을 동시에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5강 다크호스로 꼽히던 한화는 작년 정규리그에서 58승 6무 80패의 성적으로 꼴찌를 간신히 면한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문동주와 노시환이라는 투타의 확실한 기둥을 발굴했다는 성과도 있었지만 대전의 야구 팬들을 만족시키긴 어려운 성적이었다.
한화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에도 FA 시장에서 4+2년 총액 72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한국시리즈 우승 2회와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3회 수상에 빛나는 엘리트 2루수 안치홍을 영입했다. 비록 오선진이 FA 영입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떠났지만 안치홍과 함께 똘똘한 신인 문현빈이 합류하면서 한화의 전력은 작년보다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야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한화의 진짜 '서프라이즈'는 지난 2월에 있었다.
2012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몬스터' 류현진이 11년의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8년 총액 170억 원의 조건에 한화로 복귀한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야구 최고의 에이스가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화 선수단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화는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진행했던 리빌딩과 전력보강, 여기에 '괴물' 류현진의 복귀로 화룡점정을 찍으며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다.
▲ 2024 시즌 한화 이글스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 양형석 |
한화는 작년 4.38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 트로이카의 활약은 비교적 준수했지만 이들의 뒤를 받칠 4, 5선발의 활약이 아쉬웠다. 한화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11승을 따내며 에이스 역할을 해준 페냐와 총액 105만 달러, 후반기 부진에도 3.7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산체스와도 7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대부분의 구단에서 외국인 투수는 팀의 1, 2선발을 맡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게 되지만 한화의 외국인 투수 페냐와 산체스는 한 시즌 동안 로테이션을 지키며 꾸준한 투구를 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한화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3.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만랩 투수' 류현진과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호투로 한국의 금메달을 견인했던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 문동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서 4이닝 1실점으로 KBO리그 복귀전을 가진 류현진은 오는 23일 LG트윈스와의 개막전 등판을 위해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 작년 이닝 관리를 받으면서도 여유 있게 신인왕에 선정된 문동주가 풀타임을 소화할 경우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야구 팬들의 관심거리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김민우와 2024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가 맞붙은 5선발 경쟁 역시 매우 치열하다.
한화 마운드의 '류현진 효과'는 선발진뿐만 아니라 불펜에도 영향을 끼쳤다. 선발 자원이 풍부해지면서 작년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장민재와 이태양을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작년 시즌을 통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김서현도 스프링캠프에서 제구력을 보완해 올 시즌 불펜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불펜 가용자원이 풍부해지면 작년 16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박상원의 세이브 기회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타선] 안치홍 가세로 짜임새 더했다
한화는 작년 새로 합류한 베테랑 채은성이 23홈런 84타점을 기록했고 잠재력이 폭발한 노시환이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었음에도 팀 타율(.241)과 팀 득점(604점)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2021 시즌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정은원이 타율 .222 2홈런 30타점 50득점으로 성적이 폭락했고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타율 .125 무홈런 8타점)와 닉 윌리엄스(타율 .244 9홈런 45타점)도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윌리엄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한화는 작년 11월 베네수엘라 출신의 스위치히터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페라자는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작년 트리플A에서 타율 .284 23홈런 8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922를 기록했던 검증된 타자다. 페라자는 스프링캠프에서도 친화력 있는 성격으로 선수단에 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성적만 좋으면 올 시즌 한화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선수다.
페라자와 안치홍이 가세하면서 한화는 내외야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이미 주 포지션이 2루수인 정은원과 문현빈은 스프링캠프부터 외야훈련을 하며 멀티포지션을 소화하고 있고 채은성 역시 작년부터 외야와 1루,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3년의 인천생활을 뒤로 한 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된 '짐승' 김강민까지 가세하면서 외야경쟁 역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한화의 약점으로 꼽히는 포지션은 역시 유격수다. 2022년까지 주전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던 하주석이 2022년 11월 음주운전에 적발되면서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복귀 후에도 타율 .114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화는 작년 이도윤이 하주석의 자리를 메우며 타율 .252 1홈런 13타점 36득점 11도루로 괜찮은 활약을 해줬다. 올 시즌엔 어렵게 잡은 자리를 지키려는 이도윤과 자신의 자리를 탈환하려는 하주석의 경쟁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주목할 선수] 부활 꿈꾸는 3년 전 토종에이스
한화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천안북일고의 좌완 김범수를 1차 지명으로 선택한 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187cm 98kg의 건장한 신체조건을 가진 마산 용마고의 우완 김민우를 선택했다. 김민우는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지만 루키 시즌 1승을 거둔 후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며 2016년 5경기 15.83, 2017년 4경기 17.18로 민망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실패한 유망주로 남는 듯 했던 김민우는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8년 5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고 2020년에는 132.2이닝을 던지며 팀 내 토종 투수 최다이닝을 기록했다. 그리고 대망(?)의 2021년 김민우는 29경기에 등판해 155.1이닝을 소화하며 14승 10패 ERA 4.00의 성적으로 다승 공동 4위, 토종투수 다승 공동 1위를 기록하며 한화의 토종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2022년에도 팀 내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6승을 기록했던 김민우는 작년 12경기에서 1승 6패 ERA 6.97의 아쉬운 투구를 선보이다가 6월 14일 롯데전 등판 후 어깨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한때 류현진의 뒤를 이을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2021년 14승을 제외하면 꾸준한 커리어를 만들지 못한 '원히트 원더 투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화는 건강만 보장된다면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김민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올 시즌 류현진-페냐-문동주-산체스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성한 한화에서 김민우는 좌완 루키 황준서와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다. 물론 황준서가 2006년의 류현진처럼 루키 시즌부터 엄청난 활약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한화가 안정된 로테이션을 이끌어 가기 위해선 선발경험이 풍부한 김민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2021년의 에이스 김민우가 올해 건강하게 5선발로 활약한다면 이는 그만큼 한화의 전력이 강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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