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왕 넘어 세이브왕까지 꿈꾸는 ‘욕심쟁이 청년’ KT 박영현

고봉준 2024. 3.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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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태극기를 새긴 글러브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KT 박영현. 지난해까지 핵심 필승조로 활약한 박영현은 올 시즌 마무리를 맡아 KT 뒷문을 지킨다. 부산-고봉준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 오른손 투수 박영현(21)은 올해 연봉이 기존 61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액수는 1억원 가까운 9900만원이 뛰었고, 인상률도 162.3%나 됐다. 이제 막 고등학생 티를 벗은 입단 3년차임에도 상당한 연봉을 받게 된 박영현은 “연봉이 이렇게 높아지니까 앞으로는 무언가를 ‘해야 하는’ 선수로 바뀐 느낌이다. 아직 어리지만, 적지 않은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고 했다.

이번 연봉 인상은 불펜 에이스를 향한 KT 구단의 기대치를 그대로 드러낸다. 유신고를 나와 2022년 데뷔한 박영현은 지난 2년간 KT 불펜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데뷔하자마자 52경기를 뛰었고, 지난해에는 필승조를 맡아 68경기에서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부터는 임무도 더욱 막중해졌다. 기존 마무리 김재윤이 FA 계약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면서 새 클로저를 맡게 됐다. KT 이강철 감독은 “현재 구위와 능력치를 봤을 때 마무리 적임자는 역시 박영현”이라면서 높은 신뢰감을 보냈다.

지난달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부터 이강철 감독을 따라다니며 마무리 욕심을 드러냈다는 박영현은 “클로저는 정말 매력적인 포지션이다.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멋있지만, 그 과정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타자를 상대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어릴 적부터 꼭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영현은 지난해 32홀드로 개인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제 다음 시선은 세이브왕 트로피로 향한다. 프로야구 역사상 홀드왕와 세이브왕을 모두 차지한 선수는 조웅천(2000년 홀드왕-2003년 세이브왕)과 정재훈(2005년 세이브왕-2010년 홀드왕), 정우람(2011년 홀드왕-2018년 세이브왕)뿐이다. 이들 모두 마운드의 분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000년대부터 불펜에서 위력적인 공을 뿌렸던 투수들이다.

지난달 KT의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박영현(왼쪽)과 친동생인 부천중 3학년 박지현. 맏형인 상무 박정현을 포함해 야구 삼형제의 막내인 박지현은 지난달 KT 전지훈련을 찾아 둘째 형 박영현을 응원했다. 사진 KT 위즈

지난해 소속팀과 국가대표를 오가며 많은 이닝을 던져 겨우내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박영현은 “자신감은 항상 가득하다. 올해 다른 구단에서도 마무리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나만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30세이브 달성이다”고 했다.

박영현은 야구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친형은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다가 군 복무를 위해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 내야수 박정현이고, 친동생은 투수와 내야수를 병행하는 부천중 3학년 박지현이다. 최근 막내 박지현은 부모님과 함께 KT의 기장 스프링캠프를 찾아 형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박정현은 “나와 포지션이 같아 이것저것 알려주고 있다. 실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중학교 시절 나만큼의 수준은 아니다”며 웃고는 “우리 삼형제가 빨리 프로 무대에서 함께 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KBO 시상식에서 홀드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KT 박영현. 연합뉴스

박영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돼 고우석과 함께 뒷문을 지키며 우승을 이끌었다. 이 대회를 통해 차세대 태극마크 마무리로 떠올랐고, 17~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평가전에서도 다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태극기를 새긴 글러브를 수줍게 내민 박영현은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세계 최고의 타자들과 상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나도 내 공으로 제대로 맞붙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일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답게 늘 태극마크를 기억하면서 자신 있게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T 박영현은…
생년월일 : 2003년 10월 11일
신장·체중 : 1m83㎝·91㎏
출신교 : 부천북초-부천중-유신고
프로 입단 : 2022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지난해 성적 : 68경기 3승 3패 32홀드 평균자책점 2.75
올해 연봉 : 1억6000만원
특이사항 : 삼형제 모두 야구선수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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