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진짜 치료는 ‘포기하지 않는 힘’
수치는 환자의 상태를 다 말해주지 않습니다. 의사가 보기에 잘 유지되는 것 같더라도 갑자기 바이탈 사인이 뚝 떨어지기도 합니다. 평소 환자에게서 떨어질 만한 신호가 있었을 텐데 감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반대로 평소에 환자가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히려 상태가 나아지고 평온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호자와 의사는 환자의 하루하루를 세심하게 잘 살피고, 대화를 통해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기암 환자에게는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는 인사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조심을 해야 합니다. ‘세 치 혀가 몸을 베는 칼’이라는 속담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곧 죽겠네!”
“차라리 죽어야 고통이 덜 할 텐데.”
“저렇게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지!”
이런 말들은 아무리 병실 밖 복도에서 떠드는 소리라도 환자에게는 그야말로 날이 벼려진 창이 되어 귀에 꽂힙니다. 설령 의식이 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깊은 잠이 들었다 하더라도 귀에 가서 닿지 않으란 법이 없습니다. 말을 못 한다고 해서 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며, 귀가 닫힌 것도 아닙니다. 가장 나중에 닫히는 감각이 바로 청각입니다.
생명이 더 이상 지상에 머물지 않을 때까지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무심결에 뱉은 말에 환자는 물론, 가족 중 누군가가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똑같은 상황에서 그것을 돌려받게 될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아파 누웠을 때 어머니가 그 말을 했다면, 나중에 어머니가 늙어 아파 누웠을 때 아들이나 딸이 그 말을 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말의 씨앗은 집안 구석구석에서 자라나 대를 잇습니다.
창이 달린 말은 환자의 생명을 재촉할 수 있습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듣기라도 한다면 그 순간 의식의 끈을 놓고 맙니다. 저는 환자들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병원비 걱정을 하거나 가족에 의해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들 때 생명의 불꽃은 급속도로 빨리 사그라집니다.
반대로 세심하게 챙기고 귀하게 대하면 환자는 기적적으로 생존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전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가 6년 만에 깨어나 화제가 됐습니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 옆에서 아내는 매일같이 눈물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신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발가락 끝을 매일같이 깨물어 감각을 자극했더니 몇 년 만에 의식이 돌아왔다는 기사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생명은 하늘이 주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심판자가 되어 죽느냐 사느냐를 단언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사망을 선언하는 행위나 다를 바 없습니다. 느끼지 못하겠지만 한순간 한순간이 사실은 한 세계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치료를 받아? 헛된 욕심이야!’
환자나 보호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사실 환자들은 한순간이라도 가족들과 더 머물고 싶어 합니다. 이 말은 생명유지 장치를 이용해서라도 억지로 생명을 이어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번 주를 못 넘길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도 가족은 죽음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마지막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 환자 중에는 1주일도 안 남았다고 했는데 두어 달을 편안하게 고통 없이 살다 가신 분이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 삶의 시간을 행복으로 채웠습니다. 가족이 정갈히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셨고, 아내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고, 아들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으며, 며느리들의 존경을 받았고, 손녀와 손자가 할아버지와 간절히 함께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가셨습니다.
“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30)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환자 분도 그와 같은 평안을 누렸다면 삶이 축복이고, 죽음 또한 축복이었을 겁니다. 가는 이도 남은 이도 서로 축복하며 작별했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환자도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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