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개막…주주가치 제고 나선 기업들 [박찬휘의 이슈레이더]
[한국경제TV 박찬휘 기자]
▲ 주주환원 카드 꺼내든 증권사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가운데 기업들이 잇따라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규모 확대 관련 내용인데요.
미래에셋증권은 2026년까지 매년 보통주 1,500만 주와 우선주 100만 주 이상을 소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내용에 따르면 주주환원율을 2026년까지 최소 35% 이상으로 유지할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도 13년 만에 처음으로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12일부터 오는 6월 11일까지 3개월 동안 주식을 매수한 뒤 소각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보통주 800원, 우선주 850원을 현금 배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통주의 경우 전날 종가 기준 수익률이 6.2%에 달합니다. 배당 총액은 2,808억 원 규모로, 증권사 호황기였던 2021년 3,320억 원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2,200원으로 전년 대비 30% 가량 올린 바 있는데요. 배당금 총액은 1,965억 원으로, 일주일 뒤인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할 경우 35.8%의 배당 성향을 기록하게 됩니다.
한편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부동산 PF 문제 등으로 실적이 악화돼 주가가 부진했던 증권사들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주요 증권사들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연초 이후 15% 넘게 급등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4%를 크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 제약·바이오 기업, 주주환원으로 주가 부양 노려
주총 시즌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습니다.
먼저 셀트리온은 앞서 자사주 42만6천여 주를 매입한다고 밝혔습니다. 750억 원 규모로 올해 첫 번째 자사주 매입 결정인데요. 이미 지난 6일부터 장내 매수를 시작했습니다. 셀트리온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신약 출시 관련 계획을 발표하고 바이오시밀러 약품의 해외 승인 소식이 나왔음에도 올해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되자, 주가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신라젠은 김재경 대표가 지난주 이틀에 걸쳐 자사주 2만 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직전 주주총회 때 약속했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이행한 겁니다.
이 밖에 압타머사이언스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한동일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는데요. 한동일 대표 1만 주를 비롯해 총 2만6천 주를 사들였습니다. 전날 종가 기준 압타머사이언스 주가는 3,250원으로 지난해 6월에 기록한 고점 9,225원 대비 65% 가까이 급락한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크게 저평가됐는데 이를 벗어나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이통통신 3사, 주주가치 제고 나서
네. 다음주부터 차례로 주총을 앞두고 있는 이동통신 3사도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전망입니다. LG유플러스가 오는 21일에 가장 먼저 주총을 열고, SK텔레콤이 26일, KT는 28일에 각각 주총을 개최합니다.
통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친화를 위해 배당 절차를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국이 지난해 개편한 배당 제도를 바탕으로 배당 기준일을 배당 결정일 이후 날로 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서 SK텔레콤은 분기배당을, LG유플러스는 중간배당을 시작했습니다. 분기 배당의 경우 배당 횟수가 많아 주주들의 현금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표 주주친화 정책 중 하나인데요. KT도 이번에 처음으로 분기 배당을 도입합니다.
▲ 삼현, 청약 증거금 12.3조 흥행…에이피알 이후 최대 자동차 부품 기업 삼현이 일반 청약에서 무려 12조3천억 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대성공했습니다. 증거금 12조3천억 원은 올해 IPO 기업들 중 에이피알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앞서 삼현은 지난 12일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했는데요.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은 50만 주였는데, 8억2,256만 주의 청약이 몰리면서 1,6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앞서 삼현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는데요. 최종 공모가가 공모가 밴드 상단인 2만5천 원보다 5천 원 높은 3만 원으로 결정된 바 있습니다.
한편 삼현은 내일 일반 청약 결과를 발표하고, 오는 21일 목요일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입니다.
▲ 삼현, 자동차 부품 개발 업체…실적도 꾸준히 성장세
1988년 설립된 삼현은 모터, 제어기, 감속기 설계기술을 내재화해서 스마트 액추에이터 등을 개발하는 모션 컨트롤 시스템 전문 업체입니다.
삼현이 개발한 장비는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서 무인화 방산, 지능형로봇 부품 등에 공급되고 있는데요. 대표 고객사로는 현대모비스와 한화 등이 있습니다.
삼현은 현재 생산 중인 자동차 부품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종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해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눈 여겨 봐야할 한 점은 역시 실적일 텐데요. 실적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27억 원, 80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년 대비 총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모두 상회했습니다. 매출 비중은 자동차 부품이 92.7%으로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스마트방산 6.9%, 지능형로봇 0.1% 순이었습니다.
한편 삼현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신규 설비 투자와 공장 증축,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한 해외 생산거점 확보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증권가 "삼현, 기술력 뛰어나…성장 가능성 높아" 증권가에서는 삼현의 IPO 흥행에 대해 납득 가능한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최종 공모가인 3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삼현의 PER은 15배 수준으로 기존 자동차 부품사들과 비교했을 때 밸류에이션이 높은 편이지만, 삼현이 보유한 기술과 향후 성장 가능성으로 미루어 봤을 땐 적절한 밸류에이션이라는 설명입니다.
SK증권은 "삼현이 보유한 하드웨어 제품 기술력은 경쟁사 대비 뛰어난데 여기에 부품을 함께 동작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까지 갖췄다"며 "보통 높은 기술력은 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실제로 삼현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0%를 상회하면서 다른 부품사들보다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삼현은 차량용 매출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매출 비중이 현재 49% 수준인데 이를 올해 57%, 내년 68%까지 늘어날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현재 자동차 트렌드가 친환경차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삼현의 성장 잠재력도 더 확대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밖에 잠재적 매도 물량을 뜻하는 오버행 관련 우려도 올해 신규 상장 기업들 중에서 매우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상장 이후 주가 하락 가능성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박찬휘 기자 pch8477@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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