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건설 300억 어음' 꺼낸 노소영…"盧비자금" vs "사실무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옛 선경건설 300억원 어음’의 사진이 재판부에 제출됐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주재로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선 노 관장 측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비자금 300억원을 사돈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넨 뒤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실체를 놓고 최 회장 측과 공방을 벌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300억 어음’의 근거로 50억 원짜리 어음 6장의 사진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고,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6장 중 4장은 실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나머지 2장은 김 여사가 2012년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을 위해 SK그룹 측에 “100억원을 마련해달라”고 타진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다는 게 노 관장 측 주장이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당시 선경그룹이 인수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며 SK그룹 재산형성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SK그룹은 2018년 보유 SK증권 지분 10% 전량(매각가 515억원)을 사모펀드 J&W파트너스에 매각했다.
1991년 말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571억원 가운데 280억원의 출처 의혹은 과거에도 불거진 적 있다. 검찰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 의혹을 조사했지만, 최 선대회장은 “개인 돈 조달에 한계가 있어 회삿돈 일부를 끌어다 썼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노 관장은 1심에서 SK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 자금을 결혼 지참금으로 댔다며 최 회장 주식의 50%(649만여주) 등 1조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은 이를 배척하고 재산분할로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만 인정했다.
이에 대해 SK와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제공됐다는 주장은 금시초문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및 재판 당시는 물론, 1심 재판 과정에서도 300억 비자금 얘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는데 그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주장에 대해서도 “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 용처를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SK와 최 회장 측은 300억원 약속어음에 대해선 “약속어음을 발행했다는 얘기 역시 들은 바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김옥숙 여사가 2012년 SK 측에 어음 2장(100억원)을 제시했단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대국민 사과문에서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약 5000억원의 통치자금이 조성됐다”고 했지만, 1997년 대법원이 확정한 추징액은 절반가량인 2628억원이었다. 다만 현행법상 추징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 재산을 대상으로는 집행할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2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재판을 종결하기로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친과 절친의 '잘못된 만남'…바퀴벌레 속 20대女 일기장엔 [유품정리사-젊은 날의 유언장] | 중
- "현주엽, 먹방 찍느라 농구부 소홀"…휘문고서 탄원서 나왔다 | 중앙일보
- 그 밭, 역한 냄새 진동했다…‘빅뱅’ 망가뜨린 금단의 풀 ⑩ | 중앙일보
- 그가 진짜 아이언맨…72년 '아이언렁' 의지한 소아마비 美남성 별세 | 중앙일보
- "파묘 후 검은뼈 나오면…" 현실판 최민식 기겁하는 '흉지' | 중앙일보
- "태국전 매진" 축협 SNS에…"보이콧, 또 나만 진심이지?" | 중앙일보
- 대표 직접 찾아가 "해고 미안"…칼바람 맞은 이 기업 기적 | 중앙일보
- 뚜껑 여니 '3자 대결' 66곳…제3지대, 양당 승부 흔든다 | 중앙일보
- '연이율 70%' 빚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배달업계 스며든 사채 덫 | 중앙일보
- "내가 식충이 같아"…취업 대신 은둔을 택한 청년들의 속사정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