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건설 300억 어음' 꺼낸 노소영…"盧비자금" vs "사실무근"

윤지원 2024. 3. 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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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12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공동취재). 오른쪽은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옛 선경건설 300억원 어음’의 사진이 재판부에 제출됐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주재로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선 노 관장 측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비자금 300억원을 사돈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넨 뒤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실체를 놓고 최 회장 측과 공방을 벌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300억 어음’의 근거로 50억 원짜리 어음 6장의 사진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고,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6장 중 4장은 실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나머지 2장은 김 여사가 2012년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을 위해 SK그룹 측에 “100억원을 마련해달라”고 타진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다는 게 노 관장 측 주장이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당시 선경그룹이 인수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며 SK그룹 재산형성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SK그룹은 2018년 보유 SK증권 지분 10% 전량(매각가 515억원)을 사모펀드 J&W파트너스에 매각했다.

1991년 말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571억원 가운데 280억원의 출처 의혹은 과거에도 불거진 적 있다. 검찰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 의혹을 조사했지만, 최 선대회장은 “개인 돈 조달에 한계가 있어 회삿돈 일부를 끌어다 썼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노 관장은 1심에서 SK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 자금을 결혼 지참금으로 댔다며 최 회장 주식의 50%(649만여주) 등 1조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은 이를 배척하고 재산분할로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만 인정했다.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에 대해 SK와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제공됐다는 주장은 금시초문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및 재판 당시는 물론, 1심 재판 과정에서도 300억 비자금 얘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는데 그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주장에 대해서도 “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 용처를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SK와 최 회장 측은 300억원 약속어음에 대해선 “약속어음을 발행했다는 얘기 역시 들은 바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김옥숙 여사가 2012년 SK 측에 어음 2장(100억원)을 제시했단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대국민 사과문에서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약 5000억원의 통치자금이 조성됐다”고 했지만, 1997년 대법원이 확정한 추징액은 절반가량인 2628억원이었다. 다만 현행법상 추징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 재산을 대상으로는 집행할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2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재판을 종결하기로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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