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시진핑과의 포옹'…푸틴은 남쪽 이 나라들 바라본다 [푸틴 집권 5기]
러시아의 '차르'로 등극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적과 친구는 누구일까. 집권 5기에 들어서는 푸틴의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에 맞서 중국과 더욱 밀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비동맹 외교 노선을 고집해온 국가들부터 북한처럼 고립된 나라들까지 최대한 접점을 늘리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집권 5기 외교 전략의 핵심은 한마디로 '다자 외교'다. 중국을 중심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회원국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를 공략해 정치·경제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中과 지나친 밀착, 푸틴에 독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과의 밀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손발이 묶이자 중국에 기대 전시 경제를 끌어왔다. 양국의 교역액은 전쟁 전인 지난 2021년 1468억 8000만 달러(약 193조원)가량이었지만, 지난 2022년 1900억 달러(약 250조원)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00억 달러(약 262조원)를 넘어섰다.
푸틴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맞서 정치적 연대도 돈독히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지난 2월 전화 통화에서도 “내정에 대한 외부 간섭에 단호히 반대하며 '다자간 공조'를 촉구한다"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이런 관계가 러시아에 외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러시아가 중국에 점차 종속되는 모습이라서다. 중국의 인구(14억명)는 러시아 인구의 약 10배다. 경제 규모도 비교 불가다. 중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인데 비해 러시아는 2~3%에 불과하다. 미국의소리(VOA)는 "러시아는 에너지와 원자재 외에 중국에 줄 수 있는 게 더는 없다"며 양국 관계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시진핑은 푸틴과 권력을 공유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중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가 약화할 뿐 아니라, 서구도 약화하고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패권만 커져 서구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큰손' 인도 챙기고, '글로벌 사우스'에 구애
중동에서는 이란 등 반미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 중이다. '중재자'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더 적극적인 '친구' 만들기를 꾀하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중국, 이란과 함께 연합훈련 '해상안보 벨트-2024'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푸틴의 관심사는 '글로벌 사우스'라 불리는 중남미·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민주주의 등 가치를 중시하는 서구와 달리 비동맹주의를 기반으로 실리를 따지는 개발도상국이 많아 러시아가 협력을 도모할 여지가 크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군사 협력'을 바탕으로 세를 불려온 지 오래다. 러시아는 이곳 최대 무기 수출국으로, 54개국 중 35곳과 군사 협력을 맺고 있다. 금·다이아몬드 등 각종 자원 채굴권도 확보 중이다.
러시아는 오랜 기간 '러시아의 뒷마당'이라 불렸으나 전쟁 이후 미·중·러 사이에서 균형 외교에 나선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제재 물품에 대한 우회 무역로를 제공 중인 이 국가들은 러시아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밀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대외 정책에 불만을 가진 러시아가 향후 북한을 앞세워 한반도 안보의 교란자 역할을 한다면 한국과 미국에 추가적인 안보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외교안보연구소, ‘2024 국제정세전망')는 진단이 나온다.
여러모로 관건은 푸틴의 '적'인 미국에서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對)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은 계속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는 변할 수 있다. 이양구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미국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도 지원이 완전히 끊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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