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에너지 볼 수 있는 기발한 장치 탑재... 론진 기술력을 담아낸 시계 나왔다 [더 하이엔드]
파워 리저브는 기계식 시계에 남은 동력을 시간 단위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누군가가 ‘이 시계의 파워 리저브는 70시간이다’라고 말할 경우, 동력을 추가로 공급하지 않아도 70시간 동안 시곗바늘이 다이얼 위를 회전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파워 리저브가 0에 가까워지면 사용자는 동력을 다시 채워야 한다. 옛 어른들이 ‘시계 밥 준다’ 말하며 크라운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급 시계의 경우엔 파워 리저브가 다이얼에 표시되곤 한다. 시계가 멈추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남은 동력을 쉽게 확인하다
론진이 2024년 선보인 콘퀘스트 헤리티지 센트럴 파워 리저브는 제품 이름처럼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다이얼 가운데에 탑재한 모델이다. 이 시계는 콘퀘스트 컬렉션의 론칭 70주년을 기념해 공개됐다. 콘퀘스트는 1954년 스위스 베른의 연방 특허청으로부터 상표권 보호를 받은 론진 최초의 라인업이다. 론진은 1832년부터 시계를 만들었지만 상표권 보호를 받게 된 건 콘퀘스트가 처음이다. 이 컬렉션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성능 좋은 무브먼트 덕에 오랜 세월 많은 사람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새 시계는 1959년 발표한 Ref.9028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론진이 독점 개발하고, 두 개의 원형 디스크로 구성된 중앙 방식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모델이었다. 이번 새 시계에도 이 인디케이터가 쓰인다. 안쪽 디스크에는 배턴(baton) 모양 포인터를 새겼고, 바깥쪽 디스크에는 남은 파워 리저브 시간을 알 수 있도록 0부터 64까지 숫자 눈금을 새겼다(새 시계의 파워 리저브는 72시간이다). 시곗바늘이 돌면 숫자를 새긴 디스크도 함께 회전해 동력 감소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와인딩을 통해 동력을 채울 땐 안쪽의 배턴 포인터 디스크가 움직인다. 이를 통해 착용자는 시계에 남은 에너지 사용량을 쉽게 알 수 있다.
미학적 효과도 있다. 시곗바늘 이외에 다이얼 위 다른 요소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후반에 개발한 인디케이터를 재구성한 만큼 론진은 제품명에 유산을 뜻하는 ‘헤리티지’를 더했다.
혁신적 성능을 탑재한 복각 모델의 표본
이번 70주년 기념 모델은 총 3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지름 38㎜의 원형 케이스는 미러 폴리싱 가공 처리를 해 반짝이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었다. 다이얼 컬러는 앤트러사이트·블랙·샴페인으로 구성됐다. 다이얼 컬러에 따라 시곗바늘과 인덱스의 컬러도 달리했다. 시곗바늘의 디자인은 고층 빌딩 첨탑에서 영감을 받았고, 슈퍼 루미노바로 코팅해 어두운 곳에서 시인성이 좋다.
이 시계의 또 다른 특징은 12시 방향에 놓인 날짜 창이다. 1959년 오리지널 버전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아 옛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다. 6시 방향에 프린트한 콘퀘스트(conquest)와 오토매틱(automatic)의 빈티지 무드 서체도 이 시계가 복각 모델임을 알려준다.
옛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현했지만, 심장 역할을 하는 무브먼트는 론진의 최신 기술력으로 완성했다. 자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마모가 적어 윤활이 필요 없는 실리콘 소재 헤어 스프링을 탑재했다. 론진이 독점 사용하는 오토매틱 방식 칼리버 L896.5는 시간당 2만 5200회 진동하며 안정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앞서 말했듯 파워 리저브는 72시간(3일). 주말 동안 시계를 차지 않아도 시계가 멈출 일이 없어 편리하다.
칼리버 L896.5의 박진감 넘치는 구동 모습은 시계 뒷면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손목을 감싸는 앨리게이터 악어가죽 스트랩은 시계에 품격을 더한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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