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탈주택 러시…중동·원전·환경서 새 먹거리 찾는다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중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올해 마수걸이 주택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해외 수주가 더 빨랐다.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5년째 업계 1위이며, 누적 주택·건축 수주액만 15조원이 넘는 현대건설이 3월이 넘어서야 올해 첫 국내 주택사업 수주 소식을 알린 것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SMR(소형원전모듈) 등 에너지 사업 확대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高)부가가치 해외 사업 추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목표 수주액을 28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 32조4913억원보다 낮춰 잡았다. 전체 목표치의 41%가량(11조8010억원)을 해외사업을 통해 달성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택이나 해외사업 모두 영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전체 수주 목표를 낮췄는데, 해외사업보다 주택사업 수주 목표액을 좀 더 줄였다”며 “서울 여의도, 압구정 등 사업성이 높은 주요 지역 중심의 선별적인 주택 수주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전통의 먹거리’인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인 A사는 올해 아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미분양 등에 대한 우려와 공사비 급등 등을 겪으면서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1월 국내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은 3조2656억원으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월 기준으로는 2018년(3조2612억원) 이후 가장 적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1.5% 줄어들었고, 2년 전(5조9956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대한건설협회)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임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금융당국이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강조하면서 신규 PF 취급이 더 어려워졌다”며 “공사를 진행 중인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계약 당시보다 공사비가 20~30% 이상 늘면서 증액 규모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규 수주를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신 건설사들은 해외수주·신사업·비주택 등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국토부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10대 건설사는 지난해 도시정비사업과 해외사업에서 각각 20조406억원, 262억5897만 달러(한화 약 34조5437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국내 정비사업은 46.9% 급감했지만 해외 수주는 19.2% 늘어났다.
전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333억1000만 달러(44조8700억원) 포함해 4년 연속 300억 달러를 넘었다. 정부도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이라크를 방문해 국내 기업(한화 건설부문)의 현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신사업 분야 진출도 활발하다. 일찌감치 환경기업으로의 변신을 선포한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환경·에너지사업 매출액 비중이 35%까지 늘었다. 본격 사업에 나선 2021년(15.3%)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SMR 등 에너지 분야, 폐배터리 재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수처리 등 건설사들이 추진하는 신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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