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엔사 회원국 올해도 한자리에…정례화 회의체 만든다

이근평, 이유정 2024. 3.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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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이 올해 다시 만나 '회의체 정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미 대선 등으로 불확실한 국제 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북 억제력의 한 축으로서 유엔사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서 각국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례화 수순 밟은 유엔사 회의체…대북 억제 '축' 추가


13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 제2회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일정 수립 등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한·미는 양국 국방장관 회의인 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6·25 전쟁 당시 전투 파병국 14개국과 의료 지원국 3개국의 국방장관·주한대사 등을 초청해 유엔사 활성화 방안에 뜻을 모은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올해 회의의 경우 오는 11월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SCM과 별개로 가을쯤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올해 회의를 기점으로 해당 회의체를 정례화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기존 한·미동맹의 축에 유엔사 공조를 더해 더 큰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도가 반영돼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유엔사를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국방부는 제1회 한·유엔사 회원국 회의에서 공동선언을 통해 유엔사 위상 강화에 힘을 실었다. 당시 공동선언은 "유엔의 원칙에 반해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6·25 전쟁 전투파병국의 1953년 '워싱턴 선언'을 소환했다.


유엔사 외연 확대도 계속 추진


군 당국은 지난해 회의에서 잠정 합의했던 한국군의 유엔사 참모부 참여를 계속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현재 한국은 유엔사 참모부에 자리가 없지만, 참모부에 다수의 한국군 장교를 파견한다면 유엔사에서 한국의 '지분'을 늘릴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구상이다.
데렉 맥컬리 유엔사 부사령관이 지난 10일 회의실에서 참모회의를 열고 한미 연합연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호주ㆍ뉴질랜드ㆍ벨기에ㆍ태국 등 다국적 참모진이 회의에 참가했다. 맥걸리 부사령관 오른쪽은 벨기에군 소속이다. 유엔군사령부

이 같은 논의는 유엔사를 17개 회원국이 함께 하는 명실상부한 사령부로 꾸리겠다는 한·미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다. 이른바 유엔사 '적정 규모화(Right Sizing)' 계획이다. 유엔사 회원국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측은 이미 내부적으로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범위를 "유엔사에 장차 군사적·비군사적 지원을 할 국가"로 폭넓게 설정하는 등 유엔사의 외연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숙원 '유엔사 해체'…정례화로 맞선다


유엔사 회의체 정례화를 놓고 오는 11월 미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유엔사의 존폐나 지위 변경이 화두로 떠오를 것에 대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북한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면 북한은 숙원인 유엔사 해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으로선 대북 억제의 한 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유화 분위기에서 유엔사는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유엔사가 독일을 회원국으로 참여시키고 6·25 전쟁 의료지원국인 덴마크가 전력 제공국으로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주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를 두고 군 내부에선 "북한과 관계 개선에 유엔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엔사의 활발한 활동을 불편해했던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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