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사들 “러시아도 한국 중요성 잘 알아…원칙 지키며 협력할 공간 찾아야”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을 넘기며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석배(69) 전 주러시아 대사와 이양구(65)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전화 인터뷰해 한국의 대응 전략을 짚었다.
이석배 전 대사는 “우리로서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이렇게 악화하는 걸 방기해선 안 된다”며 “외교가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이후 한국 외교가 고난도 방정식으로 바뀌었다”며 “한·미 동맹 강화와 동시에 러시아·중국 관계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고도의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양구 전 대사는 “러시아는 한국이 위협적이지 않으면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국가라고 믿기 때문에 우리와의 관계를 열고 생각할 거다”며 “러시아를 적대하는 게 아니라 권위주의와 국제법 위반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원칙과 가치를 지키면서 공간을 찾아야 한다”며 “농업 분야를 비롯해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비제재 부문이 꽤 많다. 의미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러 관계와 관련해 이석배 전 대사는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은 계속될 것”이라며 “북한에 군사기술을 이전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당장 핵 기술이나 미사일 기술을 이전하진 않을 거라 본다”고 예상했다. 이양구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북·러 연대는 자연스럽게 강화되겠지만, 전쟁이 마무리되면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까지 시야를 넓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백일현·임주리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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