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이재용과 삼성전자

이성규 2024. 3. 14. 04: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은 인기가 많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91% 하락했다.

불운하게도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밸류업 되어 국가경제 발전은 물론 국민 안주머니도 두둑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성규 산업1부장


삼성 이재용 회장은 인기가 많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이 회장이 익살스러운 포즈로 웃는 사진이 ‘밈’(인터넷 유행 게시물)으로 퍼졌을 정도다. 이 회장의 공항 패션은 ‘이재용 조끼’ ‘이재용 패딩’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한다. 재벌 총수임에도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이미지다.

과거 국민이 바라보는 이 회장은 그렇지 못했다. 2017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구속 기소될 당시만 해도 여론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깨지 못한 삼성에 대한 분노가 컸다. 불과 6~7년 사이에 국민이 삼성과 이 회장을 우호적으로 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18년 초 이뤄진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중요한 전환점 아니었나 싶다. 당시 주당 300만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는 50대 1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5만원대로 낮아졌다. 액면분할은 자본금 증감 없이 한 주식을 여러 주식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낮아지고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가 이뤄진다. 실제 이때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액면분할 전 14만명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몇 주를 갖고 있든 주주는 자신의 회사가 잘되기를 응원한다. 고액 자산가만 가질 수 있는 주식에서 서민도 쉽게 살 수 있는 주식이 되면서 전 국민이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셈이다.

그러나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는 국민의 자산 증식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2021년 초 한때 9만6800원까지 치솟으며 ‘10만 전자’ 기대감을 키웠지만 5만원대까지 추락했고, 지금도 7만원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주 상승세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주요국 반도체 기업 주가는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13일 현재 미국 엔비디아는 90.82%,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인 대만 TSMC는 42.22% 올랐다. 국내 시가총액 2위이자 경쟁사인 SK하이닉스도 14.89%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91% 하락했다. 불운하게도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개미들은 1조649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지탱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원인은 실기(失期)에 있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보다 고대역폭반도체(HBM) 기술이 뒤처진 결과가 최근 주가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고전과 반도체를 이을 신사업 발굴이 지지부진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 위기론’이 심상찮게 거론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스스로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 위기”라고 말했다. 31년 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집약되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으로 초일류 기업에 올라섰을 때의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이 반도체 시장에서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최근 HBM에 이어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떠오르는 컴퓨팅익스프레스링크(CXL)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CXL 시장을 선점해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런 의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요즘 삼성에서는 창조형보다 관리형 임원이 더 대우받고 있다”는 얘기가 돌아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수성의 삼성’이 아닌 ‘진격의 삼성’이 필요한 때다. 삼성전자가 밸류업 되어 국가경제 발전은 물론 국민 안주머니도 두둑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규 산업1부장 zhibag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