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허 특검 “바이든 불기소에 기억력 언급 필요했다”

전웅빈 2024. 3. 1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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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유출·불법보관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51) 특별검사가 12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 특검은 지난달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기술해 파문을 일으켰다.

허 특검이 부통령 퇴임 직후 업무 관련 서류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추궁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잘 모르겠다. 이 시기에 아들이 파병됐고, 또 죽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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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나쁜 노인’ 평가로 큰 파장
하원 청문회서 “당파적 수사 안했다”
한국계 이민 2세… 가족사도 소개
로버트 허 특별검사가 12일(현지시간) 미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건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유출·불법보관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51) 특별검사가 12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 특검은 지난달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기술해 파문을 일으켰다.

허 특검은 이날 청문회에서 “대통령 기억력에 대한 특검 보고서상의 내 평가는 필수적이었고 정확하고 공정했다”고 밝혔다. 또 “‘왜’(불기소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며 “내 결정이 신뢰를 받으려면 단지 불기소하고 거기서 그만둔다고 선언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기억력은 그가 의도적으로 기밀을 불법 반출·보관했는지를 판단할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는 의미다.

2022년 바이든 개인 사무실과 사저에서 부통령 시절 취득했던 기밀문서가 발견되면서 의혹이 불거졌고, 허 특검이 1년간의 수사를 거쳐 지난달 수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258쪽 분량의 녹취록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서 장남 보의 사망연도를 비롯해 일부 시기를 헷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허 특검이 부통령 퇴임 직후 업무 관련 서류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추궁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잘 모르겠다. 이 시기에 아들이 파병됐고, 또 죽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보가 어느 달에 사망했지? 맙소사. 5월 30일…”이라며 머뭇거렸다. 백악관 변호사가 “2015년”이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2015년에 사망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대체로 정확한 내용을 진술했다. 뉴욕타임스는 “장남 사망 등 일부를 제외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사안에서 매우 상세하고 명석한 기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청문회에서 민주당은 특검이 정치적 의도로 부정확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비난했고,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을 불기소한 것이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행크 존슨 의원은 허 특검을 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선시켜 연방판사나 법무부의 다른 직위에 임명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허 특검은 “나는 그런 욕심이 없다. 내 일에는 당파 정치가 설 자리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허 특검은 자신이 등록된 공화당원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맷 게이츠 의원은 “바이든과 트럼프는 동등한 취급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허 특검은 “트럼프는 기밀문서를 반환하고 기소를 피할 기회를 여러 번 받았지만 반대의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허 특검은 1973년 뉴욕시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영어와 문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메릴랜드 지방검찰청 검사, 법무부 차관보 보좌역,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 등을 역임한 뒤 변호사로 일해 왔다.

허 특검은 청문회에서 “나는 이민자의 아들이다. 부모님은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전쟁 때 어린아이였다”고 가족사를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는 배가 고팠던 그때를 기억하고 미군 병사가 형제자매들에게 나눠준 음식에 감사했다”면서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본인 외할머니) 품에 안겨 북한을 탈출해 남쪽으로 피란했다. 부모님은 결혼 후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아니었다면 그들(부모님)의 삶과 나의 삶은 매우 달랐을 것”이라며 “내 역할이 무엇이든, 어떤 행정부이든 나는 동일한 기준과 불편부당함을 적용해 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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