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프로크루스테스의 철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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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덕에 집을 짓고 강도질을 일삼던 인물인데 지나가는 사람을 납치해서 자기 집 철 침대에 눕힌 뒤 그 사람이 침대보다 길면 침대에서 나온 쪽을 잘라 죽이고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여서 죽였다고 합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중략)."(눅 8:28) 그의 간청을 듣고 예수님이 귀신을 쫓아내자 이 사람은 맨정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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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덕에 집을 짓고 강도질을 일삼던 인물인데 지나가는 사람을 납치해서 자기 집 철 침대에 눕힌 뒤 그 사람이 침대보다 길면 침대에서 나온 쪽을 잘라 죽이고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여서 죽였다고 합니다.
자기 침대가 사람들의 생사를 가르는 기준이었던 거죠. 결국 이 강도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함부로 뜯어고치려 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기 입장을 관철하려는 폭력적인 태도를 비판할 때 주로 쓰이곤 합니다.
애석하게도 이런 태도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발견됩니다. 이런 사람 꼭 있습니다. 철 침대 위에 다른 사람을 눕히고 길이가 맞지 않으면 사정없이 자르거나 늘이며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교회에서도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어떤 이는 자기가 교회 다닌 오랜 기간이 타인을 눕히는 철 침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직분이, 때로는 지식과 학력이, 때로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교회 안으로 끌고 들어와 자신이 만든 철 침대 위에 다른 사람을 눕힙니다. 그러고는 그 행동이 정상인 것처럼 말과 글과 행동으로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가버나움 회당에서 만난 귀신 이야기와 회당 밖 이야기는 그런 태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막 1:21~34) 성경에 귀신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귀신 쫓는 퇴마 이야기로 듣겠지만 성경은 퇴마에 전혀 관심이 없고 다른 메시지를 그 안에 숨겨 놓습니다. 성경을 꼼꼼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회당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회당 안에선 멀쩡한 정상인이 아니라 비정상인 귀신이 예수님을 알아봤고 회당 밖에선 제자 시몬의 아버지가 아니라 아내 어머니(장모)의 열병을 고칩니다.
예수님이 거라사에 가셨을 때 만난 한 광인 이야기도 똑같습니다.(눅 8:35) 그는 마을에서 떨어진 공동묘지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군대 귀신이 들려서 옷도 안 입고 제정신이 아닌 채 온 동네를 시끄럽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를 결박했던 쇠사슬과 고랑은 주민들이 보다 못해 채웠을 것인데 어찌나 상상을 초월하는지 그것마저 다 끊고 산과 들로 뛰어다닙니다.
그렇게 살던 이가 예수를 만나 엎드려 이렇게 외칩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중략).”(눅 8:28) 그의 간청을 듣고 예수님이 귀신을 쫓아내자 이 사람은 맨정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라면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놀라운 기적을 봤으니 그 자리에서 손뼉 치며 기뻐해야 정상인데 반응이 아주 이상합니다. 동네 사람들은 예수님을 향해 마을에서 떠나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 정도 되면 누가 귀신 들렸고 누가 정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복음서의 사건들을 묵상하다 보면 거기서 만난 하나님은 우리가 미리 만들어둔 모든 기준, 우리가 기준으로 삼는 ‘나의 철 침대’를 확실히 부숴버립니다. 복음서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은 우리가 비정상이라고 주목하지 않았던 귀신 들린 사람,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람이 정상이라고 선언합니다.
하나님은 이방인과 여인, 병자와 힘없이 구석에 몰린 사람 가득한 가버나움을 원래 의미대로 위로의 마을로 바꾸고,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들을 이 마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성경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가버나움 회당 안팎에서 그리고 거라사에서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이었을까요. 오늘 우리의 교회에선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일까요. 교회 안에 만연한 편견과 이기주의의 철 침대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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