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14) 나눔은 전염…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윤중식 2024. 3. 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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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터미를 창업하고 몇 달 후 첫 월급 200만원을 받은 후 바로 20만원을 떼어 근처 학교에 급식비를 못 낸 학생을 위해 기부했다.

아들 급식비를 내지 못했던 나의 과거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업이 망했을 때도 나는 집과 생활비 줄이는 것을 주춤했는데 아내는 앞장서서 작은 셋방으로 갔다.

나눔에 대한 나의 지론은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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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못 낸 학생 위해 첫 기부 후
사랑의열매 등 여러 단체 나눔 실천
아내와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가족 모두 동참 ‘1호 오플러스’ 등록
박한길(오른쪽 두 번째) 회장과 부인인 도경희(맨 오른쪽) 애터미 부회장이 2019년 한부모 가정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당시 중견기업 기부 최고액인 100억원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애터미를 창업하고 몇 달 후 첫 월급 200만원을 받은 후 바로 20만원을 떼어 근처 학교에 급식비를 못 낸 학생을 위해 기부했다. 아들 급식비를 내지 못했던 나의 과거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나눔은 2014년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그리고 2019년에는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맘’ 기금으로 100억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했다.

나눔은 전염된다. 가까운 예로 나의 나눔은 그대로 가족에게 전해져 지금은 나와 아내,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3대 9명이 합계 11억원을 기부해 모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지난해 11월엔 별도로 10억원을 더 기부해 ‘1호 오플러스’(초고액기부회원)로 등록됐다.

아내 자랑하면 반푼수라는데 그래도 얘기해보려 한다. 아내는 한부모 가정을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기부를 해오고 있었다. 내가 개인보다는 애터미 법인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회사가 얼마까지 여력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100억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했다. 아내는 눈을 반짝이며 그러면 100억을 기부하자고 했다. 나는 속으로 ‘100억원이 뉘 집 애 이름인 줄 아나’ 했다. 참 대단한 여인이다.

사실 아내는 마음의 폭이 참 크다. 사업이 망했을 때도 나는 집과 생활비 줄이는 것을 주춤했는데 아내는 앞장서서 작은 셋방으로 갔다. 돈이 없을 때는 겨울에 가스비 몇만 원 아끼려고 추운 방에서 지냈다. 그런데 최근에는 50억원의 개인 재산을 털어 회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매년 5억원씩 10년간 집행할 계획이다.

8년 전부터는 콜센터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며 매년 직원 자녀 입학금 전액을 사재로 지원해 왔다. 바울 사도가 말한 대로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여인이다. 결혼에 조건을 많이 따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믿음 하나만 보고 과감히 결혼하라고 말해준다. 현숙한 아내는 여호와로 말미암는다.

나눔에 대한 나의 지론은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이다. 부자가 된 다음에 돕겠다고 하면 평생 못할 수도 있다. 돈이 있어야만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가족들의 생계 대책도 못 세우고 가는 게 미안했다. 무언가 남겨줄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게 있는데 아직 나누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아직은 웃어줄 힘이 있고 ‘사랑한다’ ‘고맙다’ ‘수고했다’ 같은 말들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내에게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는다. 주님께 받았는데 아직 흘려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 있는지 성찰해볼 일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입구를 벌려 더 부어주기를 기도하기보다는 출구를 더 열어야 한다. 하나님은 이미 부어주신 것이 흘러가지 않으면 더 이상 부어주시지 않는다. 축복의 통로가 되는 방법은 나에게 주어진 그 무엇이든 흘려보내는 것이다. 죽을 만큼 내보내면 그때 비로소 주님은 입구에 쏟아붓기 시작하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나누는 일에 더 많은 생각을 쏟아붓는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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