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선교사 간첩 혐의 누명… 정부 조속히 구출 나서라”

김아영,김동규,조승현 2024. 3.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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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한국인이 극동 지역에서 북한 노동자 등을 도우며 선교활동을 이어왔던 백광순(53) 선교사로 파악됐다.

백 선교사의 지인이자 탈북민 사역을 하는 A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백 선교사는 2009년부터 중국에서 탈북민 사역을 펼쳤다. 힘든 이들을 위해 손을 건네는 것에 익숙했던 그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를 받는다니 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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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백광순 선교사 구금 교계 반응
한국 선교계는 지난 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백광순 선교사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백 선교사가 사업장으로 등록했던 현지 건물. 연합뉴스


지난 1월 중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한국인이 극동 지역에서 북한 노동자 등을 도우며 선교활동을 이어왔던 백광순(53) 선교사로 파악됐다. 구금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으로 얼어붙은 한국·러시아 관계 속에서 빚어진 탈북민 지원 사역에 대한 보복성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 선교계는 백 선교사의 조속한 구출에 대한 정부와 파송 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시행되는 반(反)간첩법에 이어 이번 사태로 북방 및 대북 사역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러시아에 구금된 백 선교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교단 소속으로 확인됐다. 2003년 백석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백 선교사는 탈북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백 선교사의 지인이자 탈북민 사역을 하는 A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백 선교사는 2009년부터 중국에서 탈북민 사역을 펼쳤다. 힘든 이들을 위해 손을 건네는 것에 익숙했던 그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를 받는다니 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간첩 혐의가 누명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사역지를 러시아로 옮긴 백 선교사는 현지 북한인들에게 의약품과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했다. 같은 해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이사장 이선구 목사)의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으로 임명돼 사역을 이어갔으며 현지 북한인의 탈북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구 이사장은 “제가 아는 백 선교사는 착하고 성실한 분”이라며 “백 선교사는 북한 근로자뿐 아니라 태국과 러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원했다. 재단은 우리나라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러시아가 반감을 갖고 보복에 나선 것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고 짚었다.

백 선교사가 소속된 예장백석은 현재 백 선교사의 구금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종명 예장백석 사무총장은 “경과에 따라 선교사 구조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한국교회에 기도를 요청했다.

국내 선교계는 정부와 파송 단체의 책임감 있는 구조 활동을 촉구했다. 선교사들에겐 사회적으로 제약받는 선교지에서 사역 시에는 현행법에 맞는 사역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은 “선교사들은 선교지 현행법에 맞도록 사역하고 이외의 일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남기며 기도해야 한다. 무리한 사역은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로 북방 지역을 통한 탈북민 선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는 “선교사들은 국경을 자주 넘나드는 것을 피해야 하며 외면상 정상적인 진행을 밟아야 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 중인 C선교사는 “중국에서 철수한 대북 사역자들이 러시아에서 사역을 조심스럽게 이어가고 있는데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사역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아영 김동규 조승현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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