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교수들마저 환자를 떠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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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등 19개 의대 교수 사직 논의 부적절
군의관·공보의로 버티기 한계…정부, 대화 나서야
전공의 이탈 사태가 심각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인다. 대학병원 진료가 교수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환자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며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19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원광대병원이 4개 병동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지금 의료 현장은 계속 악화 중이다.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진료 마비 사태는 불가피하다. 교수들은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증원 규모 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해 타협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간 의사들과 정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벼랑 끝을 향해 달려 왔다. 극단의 대립을 멈추지 않으면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본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의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사람은 의사다. 특히 의대 교수는 장래 의사가 될 학생들을 가르친다. 인술을 전수해야 할 스승이 집단행동 예고로 환자를 궁지에 몰아서야 되겠는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18일을 사직 시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전공의 사직서가 효력을 발생하는 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자의 앞날은 걱정하면서 당장 치료가 절실한 환자는 상관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지난 11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환자 피해 신고가 472건이다. 수술 지연 329건, 진료 취소 79건이다. 집계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수술·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상급 종합병원 20곳에 긴급 투입한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 138명이 어제부터 진료를 시작했으나 전공의 1만2000명의 빈자리를 채우긴 역부족이다.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로 해법을 찾는 방안이 최선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제안에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지만 “정부는 2000명으로 숫자를 정하지 말고, 의협은 증원 전면 재검토 주장을 접으라”는 대목은 일리가 있다.
의료계는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고, 한덕수 총리는 어제도 2000명 증원 방침을 재차 고수했다. 한림대 의대 본과 1학년 83명이 교수로부터 유급 통지를 받는 등 의대생 집단 유급 사태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말로는 엄포를 놓으면서 ‘전공의 복귀 시한’을 차일피일 미룰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해 노력하라. 증원 규모를 포함한 모든 의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릴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와야 하지만 사태를 해결해야 할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에 가세할 태세다. 의대 교수들의 자제와 성찰을 함께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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