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비전포럼] “대중 투자 감소, 인재 유출…중국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

사공관숙 2024. 3. 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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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중국 양회(兩會) 분석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리창 총리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인대와 정협회의)가 11일 폐막했다. 올해 성장률 목표는 예상대로 5% 전후가 제시됐지만, 31년간 지속한 총리 기자회견이 사라지는 등 뜻밖의 변화도 나타났다. 한중비전포럼은 11일 서울 HSBC 빌딩에서 ‘2024 중국 양회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모임을 갖고 올해 양회가 주는 함의를 살폈다.

대만 관련 ‘평화통일’ 키워드 사라져

이희옥

▶이희옥(사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발제)=총리 기자회견의 폐지는 리창 총리의 권한과 역할은 축소된 반면 시진핑 주석으로의 권력집중은 한층 더 강화된 걸 뜻한다. 국무원은 이제 정책 해석자에서 정책 집행자로 변했다. 관심을 끈 외교부장 교체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는 ‘평화통일’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졌다. 5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대만의 독립주의 세력의 기를 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리창은 또 지난해 중국이 “중대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귀중한 경험을 축적했다”고 밝혀 2023년 중국경제가 위기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올해 5% 성장 제시는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치로 해석된다.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 강조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과학기술 강국이 돼 첨단기술을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중 관계의 위상과 관련, 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나 한국은 현재 상호호혜, 상호존중, 공동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중 간 인식의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 1인 권력 집중은 체제 불안감 탓
두려움 크니 통제 강화로 반응
왕이 한반도 언급, 북한도 겨냥
중국, 21세기판 먼로주의 꿈 꿔

시 주석 자리에 놓인 두 개의 찻잔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왕이 외교부장이 한반도 문제를 언급한 걸 주목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혼란이나 전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한국은 물론 북한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재 남북 채널이 닫혀 있는 시기라 한반도 위기 관련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올해 양회는 많은 걸 시사한다. 참석자마다 하나의 찻잔이 놓이는데, 시진핑 주석에게만 두 개의 찻잔이 놓였다. 한층 강화된 시진핑 권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재석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중국이 2020년부터 한어(漢語)를 유일한 교육언어로 채택하는 등 강력한 한화(漢化) 정책을 폄에 따라 조선족의 소수민족 정체성은 거의 붕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소비 회복을 위해 지역 관광산업을 독려하자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에선 조선족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며 조선족 전통문화뿐 아니라 K-컬처의 유행 아이템도 관광상품에 이용되고 있다. 조선어 사용은 제한하면서 상품화된 조선족 전통문화를 중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손인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시진핑 1인 시대를 맞아 시 주석의 능력과 비전이 중요한데, 정책을 보면 상당히 모호하다. 문제를 풀 해법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시진핑 시대에 범람하는 신(新)이란 수식어는 내용은 없고 의지만 있을 때 쓰는 정치적 언어다. 왜 1인에 권력이 집중되나. 체제 불안감과 정권 취약성 때문이다. 두려움이 커지니 통제를 강화하고 다른 국가의 부정적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두려움의 정치 패러다임 속에선 혁신적 정책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 한중 관계도 교착 국면인데 한국이 급한 마음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중국에 대해 양자 관계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정책 수립을 고민할 때다.

시장 소통 총괄할 총리의 회견 생략

11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손인주 서울대 교수, 김재석 서울대 교수, 안치영 인천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위성락 전 주러대사,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 김종호 기자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현재 중국의 모든 정책은 시진핑 한 사람이 다 결정한다. 중국이 지난 40년간의 개혁 과정에서 나타난 위기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을 1인에게 집중하게 됐다고는 하지만, 1인 집중 결정 형태가 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1인 체제는 의사 결정에서의 확정성은 있지만 여러 문제를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권력 승계에 대한 비전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지도자의 부재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우려된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중국의 전통적 외교 포맷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엔 대국 외교, 주변국 외교, 개도국 외교, 다자 외교를 중심으로 매년 우선순위가 바뀌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중국이 글로벌 구상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구상은 결국 중국의 발전권 확보를 위한 외교, 체제 정당성과 안정 확보를 위한 외교에 중점이 놓인다. 발전권 확보를 위한 외교는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인 ‘마당은 작게, 펜스는 높게(small yard, high fence)’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내부적으론 기술 자강, 외부적으론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중국은 현재 민간투자의 위축이 상당히 심각하다. 이는 시장의 신뢰 상실을 반영한다. 사실 시진핑의 새로운 정책 지향과 현실 사이에 미스매치가 있고 이게 시장 주체들의 신뢰를 손실하고 있다는 지적은 안팎에서 모두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때부터 반성과 전환의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진촉온(以進促穩)’처럼 성장을 통해 안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며 다시 성장에 방점을 찍는 방침이 등장 중이다. 중국 당국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민간투자를 늘리려 한다. 결국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정작 이를 총괄할 총리의 기자회견은 이번에 폐지되고 말았다.

아시아에서 배타적 영향력 행사 원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올해 중국이 무얼 하려는지는 정부업무보고의 키워드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 올해 늘어난 건 ‘고품질’과 ‘혁신’이고, 줄어든 건 ‘고용’과 ‘성장’, 그리고 ‘개혁’이다. 성장률 등 여러 수치가 지난해와 올해 거의 비슷하나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 고용지표는 지난해 1200만 명 ‘좌우’에서 올해는 ‘이상’으로 바뀌었다. 또 ‘GDP 5% 좌우’ 성장 목표는 최선이 아니라 마지노선이라고 봐야 한다. 양회에서 중요한 건 예산인데, GDP 성장률보다 유일하게 높은 두 항목이 R&D(6.6%)와 국방비(7.2%)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미국은 1823년 먼로 독트린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거부한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실행할 힘은 없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배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두 세기 전 미국과는 달리 경제력과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다. 21세기의 중국판 먼로 독트린을 꿈꿀 수 있다.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은 2022년 “시진핑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내라는 지시를 군에 내렸다”고 했다. 대만 침공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국, 일본과 협력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 강국이자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과의 소통·협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통합·조율된 대중 정책 있어야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공조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 한중 관계는 한없이 나빠졌다. 이를 계속 방치하면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은 멀어지고 통일 전망도 어두워질 것이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야 한다. 물론 대화를 재개하고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책이 없이는 소용이 없다. 방책은 곧 대중 정책인데, 대미·대일 정책과 한 묶음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통합되고 조율된 정책을 갖고 중국과 대화를 해야 하고, 종합적인 한국형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중국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로 보인다. 중국에서 자본과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거나, 중국에 대한 외국인투자(FDI)와 방문객이 감소하는 것 등은 모두 중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한 결과로 여겨진다. 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기에 중국 정부로선 나라 안팎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이겠다. 반도체는 미국의 견제로 중국이 따라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전기차는 중국이 압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서 수집하는 개인 정보가 미국과 자유주의 우방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미국의 견제가 중국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그리고 이때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 문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철저한 국익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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