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앞두고 '카드도박' 논란…이 와중에 축구협회 태국전 매진 홍보
김명석 2024. 3. 14. 00:19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카드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들과 카드놀이를 한 직원은 이미 지난달 직위 해제 조치된 가운데,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축구협회는 “도박성 행위까지는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이 거세지는 와중에 축구협회는 사과 없이 태국과의 A매치 매진 소식부터 알렸다.
13일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된 전지훈련 기간 일부 선수들과 축구협회 직원이 카드놀이를 했다. 카드놀이는 협회 직원이 한국에서 가져간 칩을 사용해 숙소 휴게실에서 진행됐고, 칩당 1000~5000원을 설정하고 카드놀이를 했다. 돈이 오간 사실상 ‘도박’이다.
축구협회 측은 “소집기간이 긴 대회일 경우 자유롭게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게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카드, 장기, 바둑, 보드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노래방 기기, 윷놀이 등이 비치돼 있었다”며 “선수들은 훈련장에서 골대 맞히기 내기를 하거나, 보드게임이나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통해 음료 내기를 하는 등 소액의 내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도박성 행위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카드는 소집기간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여러 게임 중 하나고, 이미 골대 맞히기나 보드게임 등 훈련장 안팎에서도 소액의 내기를 하는 경우도 많으니 ‘도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다만 축구협회 직원이 한국에서 직접 칩까지 가져간 데다, 각 칩에 현금 액수가 설정돼 오갔다는 점에서 도박성 행위가 아니라는 건 해명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축구협회는 선수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한 직원은 이미 직위 해제했고, 징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내부지침을 어긴 데다, 앞서 대표팀 내부지침을 또 위반한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지난달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도 그동안 쉬쉬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축구협회는 “아시안컵 출정 소집 당시 감독이 모든 스태프에게 명시적으로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선수들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이 최대한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의 내부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며 “해당자는 당해 대표팀 내부지침을 위반하는 등 팀장으로서 부적절한 업무운영이 있어 내부에서 문제 제기됐고, 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위 해제하고 해당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불신과 불만도 이제는 한숨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부진과 맞물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 적절성 문제, 아시안컵 기간 이른바 하극상 논란 등 대표팀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이번엔 도박이라는 또 다른 이슈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축구를 또다시 뒤흔든 논란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 축구협회는 관리 책임에 대한 사과 대신 오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전석 매진’ 소식만 알렸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축구협회의 시선, 행정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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