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述而不作 信而好古(술이부작 신이호고)

2024. 3. 14. 0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앞선 시대 문화유산을 기술(記述)하여 후대에 전할 뿐 스스로 창작하려 들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옛것을 좋아한다.” 공자 자신의 학문하는 태도를 밝힌 “술이부작(述而不作), 신이호고(信而好古)”라는 말에 대한 번역이다. 공자는 선대 문화유산의 순후(淳厚)한 가치를 믿고 그것을 집대성하여 후대에 전하는 것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았다. 이에, 창작하는 것을 오히려 불손함으로 여기거나 심지어는 망령된 행위로 여겼다. 오늘날 무척 강조하는 ‘창의 교육’과는 적잖이 상반된 생각이다. 호기심 많은 인간이 망령되이 기이한 발명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게 공자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호기심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발달한 오늘날의 과학이 오히려 인류에게 불안을 안기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술이부작’한 공자의 학문 태도가 한층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기술(記述)할 뿐 지어내지 않고, 믿어 옛것을 좋아하다. 33x70㎝.

호기심을 못 이겨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善惡果)를 따먹음으로써 원죄를 짊어졌다는 현생인류의 시원에 대한 이야기를 반추해 보면, 호기심이 창의력이 되고, 창의력이 다시 대부분 자연을 거스르는 ‘과학의 발달’로 이어지는 현대학문의 ‘연결고리’가 미상불 불안하기도 하다. 공자 ‘술이부작’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