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SNS탓에 비교강박증…그들이 행복해야 나라도 건강

어환희 2024. 3. 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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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을 묻다 ① 최인철 교수


최인철 교수는 “삶의 고난 극복에 인문학이 큰 도움이 된다”며 “10~20대의 인문학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I Travel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
대한민국 행복지도

올해 초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유튜브에 게시한 한국 여행 영상의 제목이다. 한국의 높은 불안·우울·알코올중독·자살률을 들며 “21세기 최악의 정신건강 위기”라고 표현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그의 말처럼 한국은 정말 우울하고 불행한 나라일까.

지난달 29일 최인철(57)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2010년 서울대에 행복연구센터를 열고 15년째 ‘더 나은 삶’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8회 홍진기 창조인상을 받은 2017년부터는 카카오와 산학협력을 통해 행복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대한민국 행복지도’를 발표해왔다. 올해는 엔데믹 이후 측정한 국민의 행복 수준을 반영했다.

Q : 행복을 측정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다.
A : “행복은 ‘잘 산다’는 막연한 개념이지만, 그 구성을 쪼개면 측정이 가능하다. 행복의 요소는 개인마다 가중치가 다를 수 있지만, 행복을 느낀 경험 그 자체는 같기 때문이다. 측정은 행복을 완성하는 공통 요소를 찾아 분석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Q : 코로나19를 겪으며 행복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 “코로나19 기간에 행복 수준이 많이 떨어졌는데, ‘끝물’인 2022년부터 회복 추세가 나타났다. 지난해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삶의 의미·만족도 등 모든 문항에서 전 연령대가 회복됐는데, 딱 하나 안 된 연령대가 10대다.”

Q : 유연할 것 같은 10대가 회복을 못하다니 놀랍다.
A : “학자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강화되면서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환경에서 파생되는 문제가 많다. 물질주의가 강해지니 돈과 지위를 믿게 되고, 남들과 비교하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도 짙어진다.”

박경민 기자

최 교수는 “지금 10대가 겪고 있는 정신적 취약성을 제대로 다루고 예방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소년이 유한한 시간을 SNS에 쓰면 그 시기에 해야 할 운동·놀이·관계맺기 등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10대가 그런 상황”이란 설명이다.

Q :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할까.
A : “인생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인문학은 피해자 서사에서 벗어나 삶의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게끔 돕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인문학 프로그램 등이 필요한 이유다. 은퇴 후 여유가 생긴 고령층이나 부유층보다, 당장 ‘처방전’이 필요한 10~20대의 인문학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Q : 기업도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A : “성인은 회사에서, 청소년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좀 더 밀착해서 행복을 도울 수 있다. 보통 회사에서 건강 검진을 해주지만 정신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정신 건강과 생산성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회사가 인지하고, 측정·관리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Q :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성원의 행복을 챙기기 쉽지 않을 듯 한데.
A :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가 직접 국민의 행복을 챙기기는 어렵지만, 기업이 그것을 하도록 때로는 장려하고 때로는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Q : 대한민국의 행복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가.
A : “UN이 매년 발행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보통 10점 만점에 5점 중후반이 나온다. 150여개 나라 중 50위권 정도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측정값, 즉 절대 점수다. 이 역시 쪼개서 봐야 하는데, 한국은 ‘만족도’를 측정하면 괜찮은 점수가 나오지만 ‘기분·정서’를 측정하면 점수가 확 떨어진다.”

Q : 장기적인 인생은 만족하지만, 당장의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뜻인가.
A : “그렇다. 두 가지는 연결돼 있지만 분리된 개념이다. 행복이라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운 것을 떠올리는데, 동시에 스트레스·갈등·고통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한국 문화는 전통적으로 정신력을 강조해 왔지만, 행복은 마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체적인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참고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행복을 찾는 것은 ‘인간다움’과 거리가 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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