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의 두 리조트가 알려준 것들
나는 ‘부산의 딸’이다. 세상에 같은 바다는 단 하나도 없다는 믿음으로 광안리와 일광, 제주와 울릉, 더 넓게는 케언즈로, 세부로, 포지타노로 향하며 저마다 바다를 즐기는 방식을 깨우쳐왔다. 그런 내 마음 한 켠 자리한 궁극의 바다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몰디브. 약 1만여 개의 섬 중 리조트가 자리한 100여 개의 산호 섬은 저마다 다른 도시인 양 다르다. 바다 색과 모래 색, 식생은 물론 해변의 모양과 성질, 즉 사람으로 치면 다정하거나 명랑하거나 그 성격마저 차이를 보이니까. 몰디브에서 리조트와 섬의 선택이 더없이 중요한 이유. 이번에 내가 선택한 곳은 전 세계 늘 멋진 풍경 속에 자리하는 아난타라의 두 리조트, 아난타라 벨리(Veli)와 디구(Dhigu)다.
말레 공항에서 스피드 보트로 약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아난타라 벨리 몰디브 리조트는 지난해 ‘궁극의 웰니스 스테이’를 지향하며 재개장했다. 이곳의 바다 조망 선택권은 두 개였다. 라군에 떠 있는 오버 워터 빌라와 해변과 야자수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비치 빌라. 내 선택은 ‘가까이 바라보기’ 즉 바다와 나 사이 어떤 장벽도 없는 오버 워터 빌라였다. 아난타라 벨리는 몰디브의 여러 산호 섬 중에서도 풍부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에 위치했기에, 아주 약간의 행운만 따라준다면 소문난 맛집 ‘커민’에서 조식을 먹고 걸어가는 길에 만타가오리와 바다거북을 길 고양이 인사하듯 눈맞춤 할 수 있다는 뜻. 나무와 돌, 패브릭, 등나무 마감재가 자연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객실은 물론, 파도소리와 함께하는 사운드 힐링 테라피 등 이곳의 건강한 매력은 넘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여성 해양생물학자 오리아나가 상주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녀와 ‘산호 입양’을 함께했다.
자생할 수 없는 산호 조각을 모아 긴 노끈에 곶감 달 듯 엮고, 그것을 다시 리조트 앞 해변 깊은 곳에 심는다. 새로운 ‘집’에서 산호가 번식하는 동안, 그 근처에는 또 다른 해양생물들이 그 부속 자양분을 먹고 자라며 또 하나 생태계를 구축한다. 산호를 줍고, 생명줄에 묶고, 반드시 자라서 볼 수 있길 기도하며 그를 바다로 보내준 그날의 나는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 어떤 바다 곁보다 평온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날 저녁, 하얀 백사장 위에 펼쳐진 디너 데이블 ‘다이닝 바이 디자인’에서 오리아나가 석양으로 넘실대는 수평선을 보며 말을 건넸다. “언젠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더는 공유하지 못하는 날이 오겠죠. 그러니 지금 바다와 함께 호흡해야 해요.”
이후 보트로 5분이면 이동 가능한 아난타라 디구 몰디브 리조트로 짐을 옮겼다. 섬마다 리조트가 대부분 하나씩이기에 도심처럼 숙소를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아난타라에서는 가족 친화적 디구, 연인들이 즐겨 찾는 벨리, 좀더 프라이빗한 날라두, 럭셔리의 정수인 키하바 네 개 리조트 간 이동이 가능하다.
레스토랑 옵션도 공유한다. 리프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태국식 ‘반 후라’와 시그너처 BBQ 레스토랑 ‘시. 파이어. 솔트’ , 일식 레스토랑 ‘오리가미’ 등을 포함한 맛집들을 이 망망대해에서 모두 탐방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 디구에서 나는 좀 더 프라이빗한 선셋 오버워터 빌라를 택했다. 그 말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소파에 누워 우주 같은 공간을 바라보다 잠 들고, 노을빛이 내려 앉으면 눈앞에 보이는 창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에메랄드와 주홍빛이 섞인 라군을 곧바로 유영할 수 있다는 뜻. 옆을 볼 필요도, 앞을 볼 필요도 없다. 오직 바다와 노을, 나만 존재할 뿐. 그러다 배고프면 다시 계단을 올라 데크에 누워 배와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문다.
다음날에는 서둘러 너스 샤크 스노클링에 나섰다. 너스 샤크는 사람을 먹이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정면에서 이를 세우고 다가와도 뺨을 스치고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그들의 세계와 공유된 듯한 경이로움을 만끽하며 말이다. 몸이 마르기도 전에 리조트로 돌아와 패들보드에 누워 다시 선셋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바다가 모두 같은 바다가 아니듯, 그곳에서 어떻게 호흡할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렸고, 스스로 구축한 자유로운 고립 아래 비로소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아난타라의 두 리조트는 그런 내게 완벽한 조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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