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쇠말뚝이 민족정기 말살? 풍수사 빵 터진 ‘파묘’ 장면
풍수학 권위자 김두규 교수
■ VOICE: 세상을 말하다
「 더중플의 ‘VOICE: 세상을 말하다’는 뉴스와 이슈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 맥락을 더 깊게 읽는 영상 콘텐트입니다. 진중권 교수의 ‘미학으로 세상을 말하다’ 총 10강 등 화제의 인물과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번엔 흥행몰이 중인 영화 ‘파묘’에 얽힌 이야기를 풍수학 대가 김두규 우석대 교수와 함께 풀어봤습니다.
」
최근 영화 흥행으로 묫자리를 옮긴다는 뜻인 이장(移葬) 대신 ‘파묘(破墓)’라는 생소한 말이 대중에 널리 회자 중이다. 지난 1일 국내 풍수학의 권위자인 김두규(64) 우석대 교수를 만났다. 과거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 자문을 비롯해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을 맡았던 김 교수는 강원도·경북도청 이전 등에 참여했다. 조선시대로 치면 지관(地官) 일을 해온 셈이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묫자리는 ‘무덤’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고 했다. 조선시대 묫자리는 궁중 정치 투쟁의 도구로 쓰였다. 현대에 와서도 ‘묫자리’는 정치가들의 권력욕이 투영된 일종의 ‘신전’이기도 했다.
Q : 풍수상 좋은 터의 기준은.
A : “풍수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산과 물이다. ‘산은 인물을 주관하고, 물은 재물을 늘려준다’는 말이 있다. 1000원짜리 지폐에 담긴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에 한국 전통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의 조건이 다 담겼다. 우선 도산서원이 가운데 있다. 그 뒤에 높은 산(주산·主山)이 있고, 우백호(右白虎)와 소나무, 큰 바위가 집을 둘러싼다. 그 집 사이로 작은 도랑이 흐르는데 서울로 따지면 청계천, 그 앞에 흐르는 큰물은 한강에 해당한다. 서울의 명당 모델의 축소판이 도산서원이다.”
Q : 풍수 개념은 동양에서만 쓰나.
A : “주로 동아시아에서 연구하다가 미국이나 유럽도 풍수를 적용해 건물의 부가가치를 올리거나 인테리어에 풍수를 적용한다. 원래 부동산업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돈 잘 쓰는 화교들이 풍수를 따르는 걸 보고 “풍수가 사업거리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해서 부동산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Q : 해외 건물 중 풍수를 적용한 곳은?
A : “타이베이101 빌딩은 27층부터 90층까지 8개 층을 하나의 단위로 만들어 중국의 전통적인 솥[정·鼎] 모양을 형상화했다. 솥은 중국에서 권력을 상징한다. ‘솥이 8층씩 8마디가 층층이 올라가는’ 형상이다. 101빌딩의 원래 이름은 ‘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였다. 공사 중에 사고로 사람이 많이 죽어서 빌딩 이름을 ‘101’로 바꿨다. 일(一)은 양(陽), 0은 음(陰)이다. 양·음·양이다. 거꾸로 세우면 주역 8괘 중 이괘(離卦:☲·101)가 된다. 이(離)는 난방(기름)을 뜻한다. 밝은, 문화, 문명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중국의 문명을 빌딩 이름에 넣겠다는 의미다. 또 건물 외벽에 ‘상평통보’처럼 안이 뻥 뚫린 큰 동전 모양 구조물을 붙여놨다. 돈을 많이 벌라는 축원(祝願)이다.”
Q : 묫자리 판단 기준은?
A : “관을 열면 살은 다 없어지고 노란색을 띤 뼈만 그대로 있다. 뼈가 검지 않고 황골(黃骨)이다. 대체로 뼈가 온전히 있는 곳이 풍수상 길지에 해당한다. ‘조상이 좋은 곳에 뼈 그대로 온전히 있으면 후손과 서로 좋은 기를 공유해 잘 된다’는 동기감응(同氣感應)이 묘지 풍수의 핵심이다.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반면 파묘(破墓)했을 때 물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 뼈가 녹아서 거의 없다. 더 심각한 건 벌레가 들어간 경우다. 특히 뱀이 월동하러 관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조상의 뼈가 나쁜 기운에 침해받고, 그 기운이 후손에게 전달된다고 인식했다. 이런 걸 막기 위해 관 주변을 회격(灰隔, 관과 구덩이 사이를 석회로 메우는 것) 하기도 한다.”
Q : 영화처럼 실제로 지관이 흙 맛으로 묫자리를 판단하나.
A : “사실 지관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무덤 주변에 흐르는 물맛을 보거나 물 색깔을 보고 땅을 이야기한다.”
Q : 실제로 일제 강점기에 한국 전통 풍수가 부정됐나.
A :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식민지화하려면 철도나 도로가 필요했다. 위도·경도·표고(標高)를 기록하는 지점에 ‘삼각점’이라고 주로 시멘트나 철로 된 큰 말뚝을 동네 뒷산이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박았다. 지금도 등산하다 보면 삼각점이 많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한 건 잘못이지만 일본이 풍수 침략을 했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명산을 보자. 얼마나 많은 고압선이 지나가나.”
Q : 아예 없던 일은 아니지 않나.
A : “조선인 중에서 독립운동 성향이 강한 명문가 사람에게 영향 끼치려고 쇠말뚝을 박는 경우는 봤다.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민족정기 말살을 목적으로 일제가 쇠말뚝을 박았다는 건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닐까.”
■ VOICE:세상을 말하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좋은 묫자리는 확실히 이게 달랐다 [명당의 조건 - 풀버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3581
휴대폰부터 내 명의로 바꿔라…부모님 장례 뒤 1개월 내 할 일 〈上〉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8873
유재석 아들 이름 지어준 대가 “올해 이 한자 절대 쓰지 마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7568
동료가 내 악성 지라시 돌렸다…안희정·이재명 고발자의 싸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8248
」
김태호 기자, 이경은·조은재 PD kim.tae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친과 절친의 '잘못된 만남'…바퀴벌레 속 20대女 일기장엔 [유품정리사-젊은 날의 유언장] | 중
- "현주엽, 먹방 찍느라 농구부 소홀"…휘문고서 탄원서 나왔다 | 중앙일보
- 그 밭, 역한 냄새 진동했다…‘빅뱅’ 망가뜨린 금단의 풀 ⑩ | 중앙일보
- 철제 통 안에서 '72년의 기적'…소아마비 폴, 세상 떠났다 | 중앙일보
- "태국전 매진" 축협 SNS에…"보이콧, 또 나만 진심이지?" | 중앙일보
- 대표 직접 찾아가 "해고 미안"…칼바람 맞은 이 기업 기적 | 중앙일보
- 뚜껑 여니 '3자 대결' 66곳…제3지대, 양당 승부 흔든다 | 중앙일보
- '연이율 70%' 빚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배달업계 스며든 사채 덫 | 중앙일보
- "내가 식충이 같아"…취업 대신 은둔을 택한 청년들의 속사정 | 중앙일보
- 비키니 백인女에 "사진 찍자"며 추행…전세계 공분 산 中남성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