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前 국세청장 “OECD 수준으로 상속세·법인세 인하해야” [4·10 총선 경제통을 만나다]
문민정부 이래 최연소 국세청장의 ‘정치 출사표’
“현행 높은 상속세·법인세, 기업 성장에 걸림돌”
文정부 국세청장 → 與 후보…“평소 신념과 일치”
‘수원갑’ 선·후배 ‘더비’…“경제 정책으로 승부”
“ ‘다산 정약용’ 정신으로 실용주의 정치할 것”
4·10 총선에 뛰어든 김현준 전 국세청장(56)이 밝힌 출마의 변이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현행 조세 제도를 개편하는 데 힘쓰겠다는 설명이다. 수원 장안구 선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정치는 ‘초보’지만 경제 정책만큼은 ‘전문가’라고 자신했다. ‘문민정부 이래 최연소 국세청장’인 그답게 조세 정책 관련 질문에 막힘없이 해법을 내놨다.
“현행 높은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합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그 요건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죠. 특히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상속세는 부의 세습이 불러올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완화하는 순기능도 있죠. 그러나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개혁하는 이유는 순기능 못지않게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을 매각하거나,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죠. 상속세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전 청장은 기업을 옥죄는 법인세의 개편도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에 맞춰 법인세율을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
“법인세율이 높으면 기업이 투자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률이 낮아지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지는 주된 이유죠. 기업이 낮은 법인세율을 좇아 해외로 눈을 돌릴 경우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15~35%의 누진세율 구조를 21% 단일세율로 단순화했고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개국이 지난 10년간 법인세를 인하했죠.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OECD 평균인 22%를 웃돌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이를 22%까지 낮추는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죠.”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30여년간 공직 생활에서 쌓은 경험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 청장은 수원 명문고인 수성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박사를 취득했다. 공직 생활을 시작한 건 제35회 행정고시에 최연소 합격하면서부터다. 세무 관료로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요직을 꿰찼다. 노무현·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근무, 문재인정부에서 제23대 국세청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실물 경제·도시 정책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근거다.
“국세청장 재임 시절 코로나로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세금 납부 기한 연장, 징세 유예 등 세정 지원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LH 사장으로 임명돼 LH를 혁신하고 개혁했죠. 주택 가격 상승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을 때도 신도시 조성 등으로 주택을 공급해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했습니다. 당선된다면 국세 행정, 주거 정책 등 다양한 경험을 살려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저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쏟아붓겠습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은 ‘경제통’인 그를 일찌감치 인재 영입, 지난 2월 15일에는 ‘수원갑’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그에게 “문재인정부에서 국세청장, LH 사장을 지냈는데 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는지” 물었다.
“문민정부부터 문재인정부까지 6개 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원칙을 따르려 노력했죠. 공직을 떠난 뒤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고민했는데요. 국민의힘의 자유와 시장 경제를 존중하는 이념과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실용적 정강·정책이 평소 신념과 일치해 입당하고 출마하게 됐습니다.”
수원시는 인구 약 120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경기도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한다. 특히 ‘수원갑’은 5개 선거구 중에서도 경기도 정치 1번지이자 수원 표심의 바로미터가 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김 전 청장은 수원갑인 장안구에 있는 수성고로 진학했다. 시골에서 농사일하던 아버지의 기대,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은 ‘모범생’으로 학교 생활을 보낸 이유였다. 40년이 넘어도 도시가 크게 변하지 않은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이번 총선에서 수성고 2년 후배이자 판사 출신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수원갑 현역 의원 간의 선·후배 ‘더비’가 이뤄지게 됐다.
김 전 청장은 ‘지역구 경제 정책’으로 승부를 본다는 복안이다.
“수원은 민주당이 10여년 이상 독점했지만 지역 현안은 뒷전에 있었습니다. 재정 파탄, 일자리 부족, 노후 도심 문제, 교통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생겼죠. 특히 도시 개발 과정에서 아파트만 건설하는 정책으로 인구는 늘어났지만 기업은 떠나갔습니다. 지금 수원시의 재정 자립도는 최하위 수준이죠. 기업이 다시 들어와야 재정 수입이 늘어 재정 자립도가 높아집니다. 북수원 일대를 첨단 산업 단지로 조성해 소프트웨어·바이오헬스 등 고부가가치 기업들을 유치하겠습니다.”
“정치보다는 정책 전문가가 되겠다”는 김 전 청장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조선 시대 중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을 꼽았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현시점에서 정약용의 실용주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까지도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그다.
“모든 국민이 잘사는 부강한 나라를 위해서는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당선된다면 공직 생활에 해왔던 실용주의 정책을 국민에게 그대로 보여줄 생각이죠. 주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여러 행사장을 찾는 것보다 주말마다 ‘주민 소통의 날’을 갖는 게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실용주의로 정치에 임할 것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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