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 주민규, 이제야 속내 털어놨다…"포기하고 싶은 순간 많았다"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울산, 김환 기자) 33세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주민규가 드디어 후련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주민규는 사실 그동안 상처를 많이 받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돌아봤다.
울산HD 소속 공격수 주민규는 1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 선발 출전해 울산의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주민규는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중원, 멀리는 중앙선까지 내려와 울산의 공격 전개를 도왔다.
전북 수비들을 끌어내 엄원상, 루빅손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전방에서 버티며 상대 수비와 싸웠다. 주민규의 포스트 플레이 능력이 빛난 경기였다.
울산의 ACL 4강 진출은 주민규에게 겹경사였다. 3월 A매치를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주민규는 대표팀 발탁 확정 후 치른 첫 경기에서 라이벌 전북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또한 주민규는 이날 황선홍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다시 한번 황 감독 앞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경기가 끝난 뒤 주민규가 취재진을 만났다. 주민규에게는 대표팀 관련 질문들이 쏟아졌다. 주민규는 앞서 전북과의 경기 후 대표팀 첫 발탁에 대한 소감을 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규는 "모든 분들이 (내 대표팀 발탁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굉장히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말을 아꼈다. 오늘 경기에서 이겨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며 입을 뗐다.
이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이제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서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어디서 동기부여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 시즌을 준비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니 결실을 얻게 되어 스스로 뿌듯하다"라며 묵묵하게 소감을 밝혔다.
말하는 내내 주민규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주민규가 대표팀의 외면을 받는 동안 힘들어했던 건 주민규만이 아니었다.
주민규는 "가족들이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나는 경험이 많아서 버틸 수 있지만, 가족들은 그렇지 않았다. 부모님이나 아내나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대표팀에 발탁이 안 돼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미안하면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버틴 끝에 이렇게 좋은 날이 와서 굉장히 기쁘다"라고 했다.
주민규의 말처럼 정말 오래 걸렸다. 주민규는 33세 333일의 나이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는데, 이는 한국 대표팀 사상 최고령 발탁이다.
주민규는 "아내는 '(최)고령 오빠'라며 장난을 치던데 사실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라며 농담을 던지면서도 "최고령이라고 해도 1등이지 않냐, 그 부분에 대해 기분 좋게 생각하라고 이야기를 해서 나도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또 "좀 더 젊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이에는 내가 부족해서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늦은 나이지만 주민규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이유는 분명했다. 황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 당시 주민규 발탁 이유를 두고 주민규의 득점력을 칭찬하며 주민규를 치켜세웠다. 황 감독의 간단명료한 답변이었다.
주민규는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타(현자타임)가 왔었다. K리그에서 어떻게 해야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실망을 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라며 "그래도 내가 버틴 걸 감독님께서 인정하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자신의 사례가 다른 선수들에게 울림을 주길 바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주민규다. 그는 "항상 이야기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니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다른 선수들도 희망을 갖길 바란다. 감사함도 느낀다"라며 다른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날 울산 팬들은 주민규와 이명재의 대표팀 발탁을 축하하는 걸개를 걸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였다. 주민규도 이 걸개를 봤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주민규는 "(걸개를 보고)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팬분들이 누구보다 더 내 대표팀 발탁을 응원했고, K리그를 좋아하시는 팬들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응원을 보내주신 덕에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렵게 들어간 대표팀이기에 주민규는 더욱 간절하다. 주민규는 최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한 말을 빌려 대표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그냥 머리 처박고 열심히 뛰고, 간절하게 뛰는 수밖에 없다. 내가 막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정말 간절하게 뛸 생각이다"라고 다짐했다.
주민규가 대표팀에서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 황 감독의 지도, 그리고 현 시점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 손흥민과의 호흡이다. 주민규는 황 감독과 손흥민에게 최대한 많이 배우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황 감독의 지도를 받는 점에 대해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공격수로서 정말 많은 골을 넣으셨는데, 득점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가면 감독님께 노하우를 많이 여쭤볼 생각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흥민에 대해서는 "손흥민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대표팀에서 손흥민 선수의 장점을 보고 배울 수 있다면 같이 붙어다니면서 손흥민 선수의 장점을 배우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전북전에 주민규가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은 '국가대표 주민규'의 미리보기로 생각할 수 있었다. 최근 대표팀에서 뛰는 최전방 공격수들은 직접 득점을 노리면서도 대표팀의 장점인 2선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연계를 비롯한 희생적인 움직임들이 요구됐다.
경기에서 보여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주민규는 "내가 위에서 블록을 쌓고 미드필더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왔다. 감독님께서 지시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그런 것들이 잘 맞아떨어졌다. 승리하는 과정에서 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좋게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계속해서 그는 "대표팀에서 그런 걸 원한다고 들었다. (홍명보) 감독님이 그 부분을 생각하시고 내게 지시하신 것 같다. 그런 플레이를 하면서 승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홍 감독의 전술적 지시가 유효했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돌고 돌아 결국 대표팀에 승선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커리어 내내 굴곡이 많았던 주민규다. 하지만 주민규는 우여곡절을 모두 겪은 끝에 자신의 꿈에 도달했다.
커리어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자 주민규는 "시작이 남들보다 좋지는 않았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모든 지도자들께 배우려는 자세로 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이 자리에 있게 됐다"라며 "지금까지 같이 훈련했던 지도자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지금의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들, 그리고 선수들이 있었기에 우승과 득점왕, 또 대표팀 발탁도 될 수 있었다. 감사하다"라며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약금이 150억, 그래도 물어주고 자른다
-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전주 모텔서 숨진 채 발견
- 신수지, 몸매 훤히 드러낸 의상…골반+볼륨 다 가졌네
- 치어리더 박신비, 속초 숙소에서 슬립드레스 '당혹'…각선미는 OK
- 레이싱모델 김가온, 파격 끈 비키니…물속 아찔한 자태
- '사별' 사강 "남편 부재, 매번 느껴…변우석 통해 위로 받았다" (솔로라서)
- '70대 남편♥' 이영애, 子 학교 바자회서 포착…"조기 완판"
- '내년 재혼' 서동주, 단독주택 사고 '급노화' 어쩌나…"즐거웠는데"
- "필리핀 마약 자수" 김나정 아나운서, 母가 납치 신고→경찰조사 후 귀가
- 김병만, 사망보험 20개 이혼 소송 중 발견… "수익자는 前 아내+입양 딸" (연예뒤통령)